2024.03.18 (월)

  • 맑음동두천 -0.5℃
  • 맑음강릉 2.6℃
  • 맑음서울 3.0℃
  • 맑음대전 2.2℃
  • 맑음대구 4.9℃
  • 맑음울산 5.9℃
  • 맑음광주 3.1℃
  • 맑음부산 7.1℃
  • 맑음고창 -0.6℃
  • 맑음제주 7.2℃
  • 맑음강화 4.2℃
  • 맑음보은 -1.2℃
  • 맑음금산 -1.4℃
  • 구름조금강진군 4.2℃
  • 맑음경주시 1.9℃
  • 맑음거제 6.2℃
기상청 제공

기고ㆍ투고

【기고】 그래도 유자식 상팔자 / 김병연


제 밥그릇은 제가 가지고 태어난다. 예전 예닐곱씩 낳던 자식을 보며 했던 말이다. 아마 아이를 제한 없이 낳던 시절, 그러잖아도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 할 수 있었던 자구적인 위로였을 것이다. 흔히 자식은 부부의 가교라고 한다.
 
남남끼리 만나서 서로 마음 맞춰 살아야 하는 부부 생활은 여러모로 녹록치가 않다. 50~60년 결혼 생활을 영위하는 동안 일어나는 우여곡절들, 하지만 쉽게 결혼을 깨트릴 수 없는 이유가 자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도 누가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식을 키우고 또 그들이 어른이 돼 독립할 때까지 부모로서 도리와 의무, 그렇기에 개인의 감정에 치우칠 수 없는 절대적인 이유가 부부 사이에 낳은 자식 때문이라는 것에 우리 부모 세대는 물론 지금도 많은 부부들이 공감할 것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자식을 거의 예닐곱 명, 많게는 열 명 넘게까지도 낳았다. 많은 자식이 곧 재산이었던 시절이었다. 키우는 것에 그다지 막막함도 느끼지 않았던 모양이다. 제 밥그릇은 챙겨 나왔으리라고 믿었던 것일까.
 
지난 70~80년대엔 좁은 땅덩어리에 인구과잉 우려로 정부에서 산아제한을 했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는 구호는 어찌 보면 혁신이었다. 부부간의 일에 나라가 개입한 거의 첫 번째 정책이었을 것이다. 국민들은 정부 시책을 어기면 큰일 나는 것처럼 너나 나나 두 명에 그쳤다. 남아선호 사상이 뿌리 깊은 한국인은 아들딸 가려 낳지 못함에 아쉬움이 컸지만 울며 겨자 먹을 수밖에 없었다. 두 명 이상 낳는 사람은 조금 과장해서 미개인 취급을 받기까지 했으니 눈치도 보였을 것이다.
 
젊은 부부에게 자녀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50% 정도만 필요하다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가족의 개념이 희박해져 가고 있는 현실에서 굳이 자식을 낳아 불확실한 미래에 희생을 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일 것이다. 또한 낳더라도 한 명이다 보니 자식은 신줏단지가 됐다. 그들에게 제 밥그릇은 제가 챙겨 나온다는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는 웃자고 하는 얘깃거리도 안 된다.
 
정성껏 돌보고 특별한 교육을 시켜서 아이의 빛나는 인생을 만드는 것은 부부에게 숙제이고 드러나는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것은 자식에게 들이는 정성도 정성이지만 대한민국 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의 반증과도 무관할 수 없는 이야기다. 그리고 무엇보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고 거기에 아이 양육문제는 비단 한 가정의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인 고민거리로 부상했다. 아이 한 명 키우는 데 얼마의 돈이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금액도 계산되고 있다. 물론 자식들의 부모부양도 옛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결국 자신의 인생은 철저하게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에게 끼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대부분의 부모에게 삶의 이유이자 의미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에겐 별 설득력 없는 얘기일지 모른다. 오늘만 있고 내일은 없는 듯이 사는 세대인데 자식은 자신들의 불확실한 미래에 가장 확실한 두려움의 존재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자식은 키우는 데 공도 들지만 자식은 때론 삶 자체를 좌지우지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자식으로 인해 기쁘기도 하지만 어쩌다 자식에게 불행한 일이 닥쳤을 때 겪는 고통은 무엇보다 크기 때문에 지레 겁을 먹는 것이리라. 그래서 오히려 자식이 없는 사람들이 상팔자라고 했을 것이다. 드디어 무자식이 상팔자인 시대가 도래한 것일까. 자식이 매개가 돼 더욱 끈끈했던 가족은 그 자식을 선택하지 않으므로 오히려 쉽게 해체되기도 하니 인류사의 불행한 역습이다.
 
정말 무자식이 상팔자일까. 나는 내가 세상에 태어나 한 일 중 가장 뿌듯한 일이 사랑하는 아들딸을 낳아 남들이 부러워하는 존재로 키웠다는 것이다. 삶이 힘들지만, 그래도 유자식 상팔자이다.


김병연 / 시인 · 수필가




전국

더보기

피플

더보기
유인촌 장관 “로컬100 보러 로컬로 가요”…첫 방문은 밀양~통영 “로컬 100 현장을 직접 찾아 문화로 지역에 가고, 머물고, 살고 싶게 만들겠습니다.”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이 21일 오전 서울역 3층 ‘로컬100’ 홍보관 앞에서 ‘로컬로’ 캠페인의 시작을 알렸다. 문체부는 지난 10월 지역의 문화 매력을 찾아내고 지역 문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지역 문화명소, 콘텐츠, 명인 등을 로컬 100으로 선정했다. 앞으로는 지역문화자원에 기반을 둔 ‘로컬100’을 국내외에 집중 홍보해 내외국인의 지역 방문 확대를 촉진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문화체육관광부는 밀양시, 코레일관광개발, 지역문화진흥원과 ‘로컬100 기차여행-밀양편’을 출시하고, ‘로컬100’이 있는 지역을 방문하자는 캠페인 ‘로컬100 보러 로컬로 가요(이하 로컬로)’를 이날부터 내년 12월 말까지 진행한다. ‘로컬로’ 캠페인은 국내외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개인 또는 기관의 누리소통망(유튜브,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에 ‘로컬100’ 지역 방문 인증 사진 또는 영상 등을 게시하고, ‘로컬100’, ‘로컬로’ 또는 ‘로컬100’ 방문 장소 이름 등을 핵심어로 표시(해시태그)하면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 게시물과 함께 캠페인에 동참할 지인 2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