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방문을 노크 한다.
문을 여니 미숙씨가 서 있었다.
따님이 오셨어요.
엄마! 나, 잘 지냈어?
그래.진이구나.들어와.
아빠는?
낮잠 드셨어. 아직 주무시는 중이란다.
진이는 그이에게로 다가간다. 그이랑 가장 많이 닮은 딸.
다른 아이들은 바빠서 자주 못오지만, 큰 딸이라고 자주 들리는 진이.
아빠..나..진이야..일어나..
진이가 그에게 귓속말로 작게 속삭인다.
주무시게 놔두자. 우리. 나이들면 잠도 많아지니.
참, 엄마, 이거 선물이야. 열어봐.
네가 무슨 선물을? 네 생일인데 네가 선물을 준비했니?
내 생일이니까, 내가 준비했지!
낳아주고 길러준 사람한테 대한 보답!!
고맙구나.감동이네.
엄마 눈이 흔들린다. 내 마음도 쓰라린 감정으로 흔들리고 내려앉는다.
둘이 있으니 외롭지 않고 잘 지낼거란 생각을 처음에 했다.
처음에 이곳을 보러 왔을 땐 안도했다.
생각보다 규모도 크고 깨끗하고 직원들도 많고 친절하고 시설도 좋고.
두 번째로 부모님을 모시고 입주 시켰을 땐, 어디선가에서 끌어 올려져 나오는
슬픔이 내 몸을 휘감았다.
슬픔이라고도 느끼는것조차 부족한 감정.
죄인이 된 거 같았다.
끝까지 보살피고 싶었다. 그러기엔 아빠 상황이 점점 심각해졌다.
엄마는 아직까지 우리를 알아보고 웃는다.
아빠는 이제 우리를 알아보지 못한다.
엄마가 먼저 아빠랑 같이 시설에 들어가겠다고 했을 때, 우리 형제들은 화를 내며
엄마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다.
당사자들은 보살피지도 들여다보지도 못할거면서 왜, 상처를..
우리는 엄마의 단호한 태도와 결정에 따랐다.
세 번째로 엄마,아빠를 만나러 왔을 땐, 본연의 인간의 감정이 생겼다.
보이는 것에 잘 지내는 거라고 믿는 자만한 믿음이 나를 안정 시켰다.
그런 감정은 일련의 습관처럼 되어갔다.
사랑보다 안도와 자유를 원하는 악한 인간처럼.
김별 | 글 쓰는 연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