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균수명 100세 시대라는 메시지가 낯설지가 않다. 머지않아 그렇게 될 것이다. 오랫동안 인류가 장수를 염원해왔던 것처럼 인간의 평균수명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장수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수명은 크게 늘었지만 은퇴 시기가 빨라지고 노후 대책은 미흡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30년대 31세이던 평균수명이 2002년 73세로 42세나 증가했다. 지난해 발표한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80세를 넘었다. 1970년 62세에서 약 40년 동안 18세가 늘어났는데, 해마다 거의 0.5세 가량 늘어난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평균수명 100세 시대도 머지않아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에 평균수명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니 그야말로 노인이 득실거리는 나라가 될 것이고, 그것은 재앙이 될 공산이 매우 크다. 누구나 노인이 될 수밖에 없기에 노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필자가 지금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들의 현실이다.
애완견이 병나면 병원으로 달려가지만 부모가 병나면 노환으로 생각한다는 말은 많은 사람들의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열 자식을 키운 부모의 마음은 한결같은데 열 자식은 한부모를 못 모신다는 말은 많은 부모를 슬프게 하는 현실이 되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자식 중에는 효자도 있고 불효자도 있다. 부모에 대한 효도는 아무리 해도 부족한 것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남는 것은 불효에 대한 후회뿐이니 말이다. 그래서 돌아가신 후에 좌청룡(左靑龍)우백호(右白虎)는 아니더라도 배산임수(背山臨水)에 전저후고(前低後高)한 명당을 찾는 후손들의 발길이 분주한지도 모르겠다. 부모와 자식은 천륜이지만 자식은 부모 모시기를 꺼려하니 늙은 부모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많은 부모들의 탄식은 오늘도 그치질 않는다. 탄식을 담은 우스갯소리 하나를 적어본다. 아들 낳으니 일촌(一寸)이요, 사춘기 되니 이촌(二寸)되더라. 대학가니 사촌(四寸)되며, 군대 가니 팔촌(八寸)되고, 제대하니 손님되며, 결혼하니 사돈이 되더라.
세상이 변하다 보니 부모의 마음도 달라져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이요. 딸만 둘이면 은메달이고, 남매를 두면 동메달이더라. 그리고 아들만 둘이면 목(木)매달이요, 장가 간 아들은 희미한 옛 그림자 되고, 며느리는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나 먼 당신이더라. 그래도 딸은 내 사랑이요, 자식들을 출가시키니 아들은 큰 도둑이고 며느리는 좀도둑이며 딸은 밉지 않은 도둑이더라. 며느리를 딸로 착각 말고 사위를 아들로 착각 말라.
나이 먹고 늙으니 당당했던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남는 것은 허망뿐이더라, 돈 있다고 위세 말고 배웠다고 잘난 체 말라. 건강을 자랑 말고 명예를 탐내지 말라.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늙고 병 들으니 남의 손 빌려 하루를 살더라.
그래도 살아있어 남의 손에 끼니 잇고 대소변을 맡겨야하는구려, 내 형제 내 식구가 최고인양 남들을 무시마라, 내 형제 내 식구가 아닌데도 웃는 얼굴로 대해주더라.
어느 노부모의 이런 탄식은 우리의 현실을 읽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넘기기는 부끄럽고 면목이 없다.
우리는 지금 북망산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어제 죽은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오늘은 그토록 살고 싶었던 하루이다. 살아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시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