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배구 여제' 김연경이 현역 선수 생활을 마감했던 인천에서 선수 고별전이자 감독 데뷔전을 치렀다.
김연경은 1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KYK 인비테이셔널 2025 둘째 날 '팀 스타'의 감독 겸 선수로 코트를 누볐다.
1세트와 3세트는 감독으로 작전판을 옆구리에 낀 채 '팀 월드'의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과 지략 대결을 벌였고, 2세트와 4세트는 유니폼을 입고 스파이크를 때렸다.
이날 경기는 세트당 20점을 먼저 낸 팀이 세트를 가져가고, 최종 4세트는 누적 80점을 먼저 낸 팀이 승리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경기에 앞서서 김연경은 "단순한 쇼가 아닌, 치열한 경기 속에서도 재미를 줄 수 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감독 데뷔전 구상을 밝혔다.

또한 "상대 팀이 커리어 등 우리보다 우위라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우리 팀 선수들의 분위기와 각오는 남다르다. 승리와 멋진 경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각오도 덧붙였다.
1세트 김연경은 경기 내내 일어선 채 선수들에게 열정적으로 작전을 지시해 지도자로서 '배구 여제'의 '미리 보기'를 팬들에게 선사했다.
김연경은 1세트 작전 타임에는 세세하게 작전을 지시하는 등 열정적인 경기 지휘로 1세트 20-18 승리를 견인했다.
2세트에는 선수로 출전해 23-19에서 상대 블로커 터치아웃을 유도한 지능적인 플레이로 첫 득점에 성공했다.

또한 30-32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시원한 직선 공격으로 점수를 냈고, 35-36에서는 전매특허인 코트 반대편으로 길게 때리는 스파이크로 동점을 만들었다.
김연경의 활약 속에 '팀 스타'는 40-37로 앞선 채 2세트를 마쳤고, 김연경은 3세트를 앞두고 다시 감독 유니폼을 입고 벤치로 향했다.
3세트 김연경이 작전판을 든 사이, '팀 스타'는 상대를 거세게 몰아붙이면서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팀 스타'는 김연경을 비롯해 멜리하 디켄, 켈시 로빈슨, 브란키차 미하일로비치 등으로 공격진을 구성했고, '팀 월드'는 조던 라슨, 나탈리아 페레이라, 마렛 그로스, 나탈리아 곤차로바 등이 출전해 이름값만 보면 '팀 월드'가 오히려 높았다.
그러나 '팀 스타'는 3세트에만 20-9로 앞서 60-46으로 점수를 벌리고 4세트로 향했다.

4세트는 '선수' 김연경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무대였다.
김연경은 아쉬움을 남기지 않으려는 듯 강스파이크로 코트를 폭격했다.
69-55에서 나온 완벽한 중앙 후위 공격(파이프), 72-59에서 터진 블로커 손을 뚫고 지나가는 강스파이크는 여전히 세계적인 선수 사이에서도 전혀 기량이 밀리지 않는다는 걸 입증한 장면이었다.
한국 배구 팬들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팀 스타'는 80점을 향해 착실하게 전진했고, '팀 스타' 동료들이 공격을 몰아준 가운데 김연경은 승리에 필요한 마지막 3점을 혼자 책임져 80-63으로 경기를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