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29일 시작되면서 시민들이 새벽부터 투표소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번 사전투표는 기존과 달리 전부 평일에 실시된다. 이날부터 이틀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3천568개 사전투표소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주민센터는 오전 6시부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각자 분주한 아침을 반영하듯 옷차림도 제각각이었다.
정장 차림의 직장인, 안전모를 쓰고 온 공사장 근로자, 택배 트럭을 몰고 온 기사, 편안한 실내복 차림의 부부 등 남녀노소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인근 사무실로 7시까지 출근한다는 김유정(30)씨는 "줄 서지 않고 투표하려고 일찍 왔다"며 "민주주의를 위해 내 한 표가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앞치마를 한 채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한 한 중년 여성은 투표를 마치자마자 "빨리 가게 문을 열어야 한다"며 인터뷰를 사양한 뒤 서둘러 떠났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엔 장사진이 펼쳐졌다.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오전 6시 전부터 발길이 이어지며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지만, 시민들은 캐리어를 한켠에 두고 밝은 표정으로 기꺼이 대기했다.
식당에 가는 대신 투표를 선택한 듯 줄을 선 채로 샌드위치나 김밥 등으로 요기를 하는 일행도 있었고, 사전투표소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며 추억을 쌓기도 했다.
전날 경북 포항에서 올라온 60대 김신희씨는 "투표하려고 새벽 일찍 공항에 왔다"면서 "1시간 정도 기다렸는데, 과업을 마쳐서 뿌듯하다"며 활짝 웃었다.
김지애(39)씨 가족은 "필리핀 여행 후 6월 3일에 귀국하는데, 마침 공항에 사전투표소가 있어서 여유롭게 투표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역삼1동주민센터 앞은 새벽 6시부터 40여명이 줄을 섰다.
곳곳에서 '투표인증 사진'을 촬영하거나, 소셜미디어(SNS)에 "투표로 하루를 시작했다"고 적으며 투표를 독려하는 글을 올리는 모습도 보였다.
투표소 앞에서는 사전투표 의혹을 제기하는 보수 단체의 '국민감시 집회'가 열렸으나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클린선거시민행동 소속 2명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투표소에 들어서는 이들을 촬영하고 계수기로 인원을 세는 모습도 포착됐다.
투표소 관계자들은 조그마한 흠이라도 잡히지 않으려 선거 매뉴얼을 계속 확인하는 등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오전 6시 종로구 사직동주민센터에도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들과 출근을 앞둔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등산지팡이를 들고 있는 시민도 보였다.
주민센터 앞에는 순찰차 한 대와 경찰관 3명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첫 대선 투표라는 김신아(20)씨는 '모바일 신분증도 되느냐'고 투표소 관계자에게 물었다. 관계자는 가능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바일 신분증의 경우 현장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사진·성명·생년월일을 확인하며 화면 캡처 등을 통해 저장한 이미지 파일은 인정되지 않는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오전 6시 8분께 사직동주민센터를 찾아 사전투표했다. 취재진에게는 "수고하신다" 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고 투표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