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별의 문학산책】 새벽을 알리는 시간 / 김별

  • 등록 2025.06.17 07: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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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벚꽃들을 내 발 앞에 뉘이며


어스름에 쌓인 그윽한 방

힘없이 내려 앉는 육체의 영혼

계절을 알 수 없는 똑같은 시간

3년을 지켜 온 아버지의 체취가 서려 있는 방

지금도 향기들을 마시며 책상에 앉아 있는 새벽

새벽은 침묵을 일깨우며 다시 벚꽃들의 내음을

코 끝에 앉게 한다

그리고 다시 같은 음악이 흐른다

두려움이 사라지게 귀에 익어가는 알 수 없는 선율들로

무섭게 내려 치는 고독들은

낡은 책상에 뉘이며 다시 펜을 들게 한다

고독이 묻어나 있는 펜은

그리움이 더 견디기 힘들다고 휘젓는다

신이 와서 견디라고 말한다

하지만 기다리지는 말고

슬퍼하지도 말고

네 입에서 흘러 나오는 벚꽃들의 향연만 기억하라고 한다


김별 | 시인ㆍ소설가

국제일보 기자 kjib@kookj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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