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당신과 내가 같은 병에 걸려,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떠난다면,
나는 당신을 어떻게 기억하죠?당신은 나를 어떻게 기억하죠?
우리의 찬란했던 인생은 누가 기억하죠? 사라지는 것조차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나는 당신을 어디서 찾죠? 당신은 나 찾을 수 있어요?
말로 형언할 수 없게 몸서리쳐질 거 같아요.
꿈이었다. 말할 수 없는 공허함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발버둥 치는 거 같다.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옆에 있는 이 남자는 누구지?
나는 누구지? 무엇을 잃어버리면 안된다고 했는데, 그게 무엇이지?
괘종시계가 울린다. 새벽 4시이다.
너무 어둡다. 몸에 한기가 서려 든다. 겨울인가?
창문 쪽으로 다가가 커튼을 연다. 어두운 창문은 한 여자를 그림자처럼 띄운다.
나는 손으로 그 여자를 쓸어 내린다. 차가운 습기가 내 손에 파고든다.
여자가 만져 지지 않는다. 창문에 드리운 그 여자는 머리카락이 길고 하얗고,
얼굴은 갸르스름하고 눈매는 소의 눈처럼 처량하게 보이고,
몸은 너무 말라 지탱하고 있는 것이 신기해 보인다.
침대에 누워 있는 남자가 큰 숨을 내쉬며 돌아 눕는다.
이 남자와 있는 이 곳은 감옥인가.. 왜.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집으로 가야 한다. 저 문을 열고 나가면 집에 갈 수 있을 것이다.
문을 열었다. 길고 어두컴컴한 복도가 내 눈앞에 펼쳐진다.
빛이 세 나오는 곳으로 향한다. 그쪽에 나가는 문이 있을 것이다.
오른쪽 기둥을 잡고 몸을 돌렸다.
거기 누구죠? 기둥을 잡고 그대로 주저 앉는다.
차가운 바닥에 차가운 물이 흐른다. 차가운 한기는 내 몸을 타고 올라 온다.
물은 사타구니를 지나 허벅지에 이르고 다리까지 내려간다.
온 몸이 떨려온다. 여기는 왜 추운 거지?
민자님! 왜 일어나셨어요? 나쁜꿈 이라도 꾸신 건가요?
아..옷이 젖었어요.. 우리 옷도 갈아 입고 씻으러 가요..
상냥하게 말을 건네는 퉁퉁하고 하얀 여자의 손을 잡고 일어난다.
나는 이 사람을 알았던가. 우리 엄마일지 모른다. 엄마는 하얗고 퉁퉁했다.
그런데 상냥하지는 않았는데..
엄마가 나를 지켜주러 온 것이다.
엄마..나를 여기서 꺼내줘..
김별 | 글 쓰는 연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