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중재자 어디 갔나…"트럼프, 가자·우크라전 방관자 전락"

  • 등록 2025.09.12 11:15:11
크게보기

네타냐후 카타르 공습에 뒤통수 맞고도 화기애애
푸틴 폴란드 영공 침범·나토 대응에도 사실상 무반응



(서울=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평화중재자를 자처하면서도 지구촌 양대 전쟁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가자지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새 국면을 설명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뒤로 물러나는 형국이라고 11일(현지시간) 지적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은 지난 9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뇌들을 죽인다며 카타르 도하를 공습했다.

이는 미국 우방이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협상을 중재하는 국가의 주권을 침해하고 국제질서를 우롱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뒤늦게 공습 사실을 알게 되자 한때 불쾌감을 드러냈으나 네타냐후 정권의 탈선적 행위에 전혀 책임을 묻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 네타냐후 총리에게 역정을 내다가 두 번째 통화에서는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를 궤멸한다는 이스라엘의 목표에 동의하면서도 하마스와의 대화에서 찬성한다는 일견 모순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NYT는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어정쩡한 방관자적 태도를 이용해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의 반대와 만류를 회피하고 기밀도 유지하면서 작전을 수행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나중에 달래는 걸 합리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관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더 뚜렷하게 부각됐다. 

폴란드는 지난 10일 자국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무인기)을 전투기를 띄워 격추했다. 

NYT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영토를 침범한 러시아 무기가 격추된 것은 나토 창설 이후 76년 만에 처음이라고 주목했다. 

군사·안보 당국과 전문가들은 드론의 규모와 영토 침범의 깊이를 고려할 때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도발한 것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러시아가 드론으로 폴란드 영공을 침범하다니 왜 저러느냐"라고 반응했을 뿐 대응하지 않았다. 

미국 대통령 대신 나토 사무총장과 폴란드 정치 지도자들이 전면에 나서 러시아의 도발을 규탄하고 대응책을 모색했다. 

NYT는 '나토 영토를 1㎝ 단위로 모두 수호하겠다'는 게 우크라이나 전쟁 내내 미국의 슬로건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탈상을 주목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2022년 11월 폴란드에 정상 궤도를 벗어난 미사일이 떨어졌을 때 미국이 대응해야 할 상황에 맞춰 경계수위를 높인 바 있다. 

다만 해당 미사일은 나중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무기를 향해 발사한 것으로 확인돼 미국의 대응이 실현되지는 않았다. 

라도슬라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부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화중재 노력을 조롱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의 속성을 주장했다. 

과거 미국과 소련의 냉전에 정통한 역사학자들은 러시아의 수법이 도구만 드론으로 바뀌었을 뿐 소련과 똑같다고 지적한다. 

푸틴 대통령이 사건을 만들어 미국의 대응을 떠보면서 조금씩 원하는 목표에 다가서는 '살라미 전술'을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 역량과 국제적 위상으로 자기 혼자 우크라이나, 중동에 평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동맹과 적국이 모두 이를 무시하고 미국의 의지를 시험하고 있다"고 현 국면을 진단했다. 

국제일보 기자 kjib@kookjeilbo.com
<저작권자 ⓒ 국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PC버전으로 보기

법인명 : 주식회사 국제일보 | 제호 : 국제일보 | 등록번호 : 인천 아01700 | 등록일 : 2008년 6월 2일 | 발행인ㆍ편집인ㆍ대표이사 회장 : 최동하 본사 : 인천광역시 부평구 충선로 9, 203호 (부평동, 이레빌딩) | 대표전화 : 032-502-3111 | 발행일 : 2008년 8월 1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동하 국제일보의 모든 컨텐츠(기사ㆍ사진)는 저작권법 보호에 따라 무단전재ㆍ복사ㆍ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