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한은 총재 "수도권 집값 너무 높다…한국 성장률 갉아먹어"

  • 등록 2025.10.23 14:4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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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일관성 유지 중요…고통 따르더라도 전세 등 부동산 구조개혁해야"
"환율 한 달 새 35원 올라…4분의 3은 관세 등 지역·국내 요인"


(서울=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우리나라 소득 수준과 사회적 안정을 고려할 때 너무 높은 수준이라며 "부동산 가격 상승이 우리 경제 성장률을 갉아먹는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은 불평등을 심화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주택을 투자 대상으로 보는 것이 사회적인 문제라면서 "고통이 따르더라도 전세를 끊어내는 등 부동산 시장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며 "한두 달새 가격이 잡히지 않는다고 해도 일관성 있게 정책을 유지해서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통방)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면서 무역 협상, 반도체 경기 전망 관련 불확실성이 크고 정부 부동산 대책 효과를 점검하는 한편 높은 환율 변동성 영향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에 따르면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위원과, 3개월 뒤에도 동결 가능성이 크다는 위원 수는 지난 8월 5대1에서 4대2로 바뀌었다.

그는 "금융안정 리스크가 커지면서 위원 1명이 인하에서 동결로 움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8월 이후 원/달러 환율 상승 대부분이 국내·지역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통방 이후 환율이 35원 정도 올랐다"며 "4분의 1은 달러 강세, 대부분인 4분의 3은 관세, 대미 투자 우려, 위안화·엔화 약세 등 지역적, 국내 요인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인하 소수의견이 나온 배경과, 금통위원들의 3개월 금리 전망은.

▲ 소수의견을 낸 신성환 위원은 주택시장 관련 금융안정 상황이 우려되나 국내총생산(GDP)갭률이 상당폭 마이너스 수준을 지속하는 현 상황에서 가급적 이른 시점에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경기·금융안정 영향을 지켜보면서 향후 금리 결정을 이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현재 2.50%보다 낮은 수준으로 금리를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 나머지 2명은 3개월 후에도 2.50%에서 유지할 가능성 크다는 견해였다. 지난번 통방과 비교해 인하 가능성과 동결 가능성을 제시한 위원 수가 5대1에서 4대2로 변화했다. 금리 인하 기조가 계속되겠지만 지난 8월에 비해 금융안정 리스크가 커지면서 위원 1명이 인하에서 동결로 움직인 결과다.

-- 이번 동결이 집값 안정에 어떤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나. 10·15 부동산대책 효과를 확인하기까지 11월 금통위가 너무 가깝다는 의견도 있는데, 11월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 이번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면 투자 비용 등을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가속할 위험이 있었다. 또, 동결했기 때문에 인하 사이클에 있지만 인하 속도와 폭을 천천히 가져갈 것이라는 기대를 형성할 수 있다. 11월까지는 우리나라 관세 협상, 미·중 관세 협상, 반도체 사이클 등 변수가 많아 현재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 인하 사이클에 있다는 것은 향후 어느 정도 기간을 뜻하나.

▲ 사후적인 부분이라 명확하게 인하 사이클의 기간을 말할 수는 없지만, 1년 뒤까지 보는 것은 아니고, 그보단 훨씬 짧은 시계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 금융안정 측면에서 금리 인하를 재개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야 하나.

▲ 지금은 새로운 정책 때문에 가계부채 관련 위험은 많이 사라진 상태다. 부동산 가격은 내려야만 안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부동산 가격뿐 아니라 경기도 보는데, 지금은 (부동산 가격) 성장세가 계속 올라가는 상황이라, 어느 정도 추세가 안정되고 둔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부동산, 주식, 금 등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은. 실물경기가 둔화하는데 자산시장만 활황이다. 버블·과열 조짐은 없나.

▲ 환율이 많이 올랐지만, 물가는 안정적일 것으로 본다. 유가가 올해 들어 18% 정도 떨어졌고,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워낙 낮아서 수요 압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 서울·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우리나라 소득수준(대비), 또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기에 너무 높은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전반적인 주가는 국제 비교했을 때 아직 크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 다만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버블이 있는지에 관해 논란이 있는 상황이고, 그 조정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 부동산 시장 전망은.

▲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거래량이 줄면서 상승세가 금방 꺾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정책이 발표됐으니 유심히 보고 있다. 한두 달 새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책 방향을 유지하고, 공급 정책도 발표하고, 수도권 유입 인구도 다른 정책을 통해 최소화하려고 하는 등 모든 정책을 일관성 있게 유지해서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언제 안정될지 예상하기는 어렵다.

--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한다고 했는데, 금리 인하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가능성은 어떻게 판단하나.

▲ 부동산 가격은 워낙 많은 사회적 요인이 있어서 금리 정책으로 완벽하게 조절할 수 없다. 그래서 인플레이션 타기팅처럼 2%보다 높으면 금리를 높이는 등 대응이 어렵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도 경기가 폭락한다면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 물가 관리는 한은이 주도하지만, 부동산 가격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주도적으로) 정책을 한다. 한은은 부동산 가격을 부추기는 쪽으로 가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통화정책을 하는 것이라고 봐달라.

한은 입장에서 우리나라 주택 가격을 신경 쓰는 이유는 주거비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택가격이 자산 가격처럼 돼버렸다. 부동산이 주거비용 관리라는 프레임보다 대박 터뜨리자는 쪽으로 가고 있어, 사회적으로 문제라고 생각한다.

-- 주간 부동산 가격 통계를 발표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오는데.

▲ 통계를 막는다고 현실을 고치기는 어렵다. 물론 거래량이 적어 혼선이 있다는 문제도 있다. 시차가 있더라도 거래량이 되는 통계를 보여줘야 하는데, 실제로 거래량이 없다면 이것도 문제가 된다. 부동산 통계가 아파트 중심인데, 비아파트를 함께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자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등 성장률 상향 전망도 있는데, 만약 그렇다면 인하 기조를 지속할 명분은 사라지나.

▲ 자산 종류마다 다르다. 주가 상승은 생산적이고 소비 진작 효과도 있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은 불평등을 심화하고, 전월세 문제도 일으킨다. 주택을 투자 대상으로 보는 것이 사회적인 문제라고 했는데, 개인에게는 엄청나게 중요한 문제고 거기에 많은 고통도 따르지 않나. 부동산 자산 가격 상승은 우리 성장률이나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다고 생각한다. 국정감사에서 전세제도 등을 끊어줘야 한다고 이야기했던 게, 고통이 따르더라도 부동산 시장 구조개혁을 계속 해야 하기 때문이다. 월세 받는 사람들에게 세제 혜택을 준다거나, 정책 조화를 맞추면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장률이 회복세라고 하지만, 학자끼리는 아웃풋 갭(GDP갭)을 본다. 과거 성장을 못 해서, 지금 성장해야 할 기준보다는 아래에 있다. 지금도 아웃풋갭이 네거티브인데, 한동안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높아야 따라갈 수 있다. 내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과 비슷하니까 금리 인하를 안 하는 것은 아니고, 따라가는 동안에는 금리를 낮춰가는 식이다.

-- 기준금리 인하의 경기 부양 효과는 어떻게 진단하나.

▲ 계량 분석을 통해 평균적으로 100bp(1bp=0.01%p)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성장률을 0.24%p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이번 사이클에서 그 영향이 어떤지는 판단하기 이른데,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경기를 부양시키는 효과보다는 자산 가격을 올리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 추측은 하고 있다. 아직 통계적으로 확인하기에는 시계열이 짧다.

--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아래로 내릴 수 있다고 보나. 환율 안정을 위해 풀어야 할 단기 과제가 있다면.

▲ 내국인 해외증권투자가 환율 상승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들어 외국인 국내증권투자보다 우리가 나가는 게 거의 4배 수준이다. 관세 협상이 좋은 방향으로 (타결)된다면 환율이 하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조달할 수 있는 외화자금이 200억달러 정도라고 했는데, 어떻게 나온 숫자인가.

▲ 시장 조달을 크게 늘리지 않고 자체 보유한 자산에서 이자나 배당 등을 활용해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을 분해해서 설명해달라.

▲ 환율은 지난번 통방이 있었던 8월 28일 이후 한 달 새 약 35원 정도 올랐다. 4분의 1 정도는 달러 강세 요인이다. 대부분인 4분의 3은 미·중 갈등에 따른 위안화 약세, 일본 확장정책 기대감에 기인한 엔화 약세, 우리나라 관세 문제, 3천500억달러 조달 우려 등 지역적·국내 요인에 의한 것이었다.

-- 관세 협상 관련 250억달러씩 8년 분담 이야기가 나오는 듯한데, 환율 영향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 지금 언급하기에는 성급한 것 같다. 협상단 돌아오고 결정되면 말씀드리겠다.

국제일보 기자 kjib@kookj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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