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최근 열린 중일 정상회담은 일본 측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뒤늦게 개최 배경을 밝혔다.
2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이뤄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성과에 대해 자국 취재단에게 설명하며 중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잉웨(应约)'라는 표현을 사용, 회담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요청에 따라 성사된 것임을 강조했다.
인민일보가 3일자 신문 1면 머리기사로도 다룬 왕 부장의 시 주석 방중 일정 결산 내용은 시 주석의 APEC 연설, 미중 정상회담, 한중 정상회담, 그 외 성과 등 4개 부문으로 요약돼 게재됐다.
'잉웨'는 상대의 요청에 응해 (회담 등 행사가) 이뤄졌다는 의미로, 중국이 외교적 주도권을 가지고 선택적으로 화답했다는 메시지를 내포한다.
왕 부장은 방한 기간에 진행된 미국, 한국, 캐나다, 태국 등 각국 정상과의 회담에서 시 주석이 우호·협력을 강조했다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전한 반면, 다카이치 총리와의 회담과 관련해서는 일본에 대한 시 주석의 경고성 발언을 주로 소개했다.
그는 "시 주석이 중일 4대 정치문건이 역사·대만 등 중대 원칙에 대해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일본이 이를 성실히 지키고 이행해 중일 관계의 근본이 손상되거나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1972년 이후 양국 외교원칙을 규정하기 위해 발표된 4대 정치문건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주권 존중, 패권 추구 반대 등의 내용이 골자다. 대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일본을 향한 경고의 의미로 쓰인다.
왕 부장은 이밖에 시 주석이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가 1995년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주변국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명시한 '무라야마 담화'를 언급했고, 다카이치 총리는 대만 문제에 있어 "1972년 중일 공동성명의 입장을 견지하겠다"고 말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당초 중국 외교부는 사전에 중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조차 공개하지 않으며, '강경 보수'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다른 정상과의 회담과 확연히 구분될 정도로 민감한 발언을 주고받았다는 점을 거듭 공개한 것도 이 같은 '신경전'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왕 부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6년여만에 다시 회담한 것이며, 미국 새 행정부가 출범한 이래 첫 대면 상호작용이었다"면서 이 만남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고 자평했다.
이어 "중미 관계와 세계 평화 발전에 관계되는 중대한 문제들에 대해 심도 있는 소통을 진행했다"면서 양국이 경제무역, 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희토류나 반도체 장비 수출입, 관세 등 양국 간의 세부 쟁점에 대해서는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언급하지 않았다.
시 주석의 마지막 방중 일정으로 지난 1일 개최된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중한(한중) 관계의 새로운 장을 썼다"고 그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왕 부장은 "11년만에 한국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을 한국이 가장 중요하고 귀한 손님으로 대했다"면서 "최고의 예우로 열렬히 영접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깊이 있는 소통을 진행했고, 일련의 협력 공통 인식을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한 것은 시 주석의 중요 방중 성과 중 하나라고 짚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