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진 트럼프, 바이든처럼 물가에 발목잡힐까 전전긍긍

  • 등록 2025.11.11 11: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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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좋아졌다' 연일 홍보하지만 '서민 현실과 동떨어져' 비판
공화당 일각서도 우려…앞으로 물가 문제에 메시지 집중 방침



(워싱턴=연합뉴스)  작년 대선에서 민생을 살리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물가(affordability) 때문에 난처한 상황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지난주 지방선거에서 물가를 낮추겠다는 공약으로 승리한 이후 자기가 물가 문제에서 주도권을 뺏겼다는 현실에 분개하고 있지만 주도권을 되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NYT는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헝가리 총리와의 회담에서 NBC뉴스 기자가 올해 월마트의 추수감사절 장보기 비용에 대해 질문하자 "가짜뉴스"라고 반발하는 등 물가 문제 거론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월마트가 매년 판매하는 추수감사절 밀키트 가격이 전임 바이든 행정부 때인 작년보다 25% 감소했다면서 물가는 민주당에 불리한 이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올해 밀키트는 작년보다 구성품이 줄었고 일부 브랜드 제품을 월마트 자체 브랜드로 대체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언급하지 않았고 NBC 기자가 이런 점을 지적하자 화를 낸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물가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졸린(sleepy) 조 바이든 때보다 트럼프 하에서 물가가 훨씬 낮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물가와 관련해 일관된 메시지를 내지 못했으며, 일반 미국인의 삶과 동떨어진 것 같다는 비판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아시아를 순방했는데 당시 정부 셧다운 장기화로 연방공무원 수천명이 급여를 받지 못하고 수백만명의 저소득층은 식비 지원이 끊길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는 순방을 마친 뒤 자신의 마러라고 저택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주제로 한 호화 파티를 열었다.

또 백악관 내 링컨 욕실을 자기 취향대로 대리석과 황금빛으로 리모델링한 뒤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려 쉴 새 없이 자랑했는데 이런 행각은 민주당의 비판 대상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대선에서 승리한 이유는 크게 경제와 이민 문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급등한 물가를 낮추겠다고 약속했으며, 취임 이후에는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사라지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2달러에 근접했으며, 식료품 가격이 엄청나게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NYT는 월마트 밀키트 같은 사례를 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다수 미국인이 체감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로 행정부 경제정책을 방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은 사라지지 않았고, 식료품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오히려 올랐으며, 전문가들은 현재 갤런당 3달러 정도인 휘발유 가격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때문에 낮아졌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고 NYT는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ABC뉴스·입소스가 지난 10월 24∼28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1%가 식료품비가 전년 대비 늘었다고 답했으며, 응답자의 59%는 물가 인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탓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지지층인 마가(MAGA) 진영 일각에서도 물가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지아주의 강경 우파 공화당 정치인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최근 CNN 인터뷰에서 식료품비와 전기요금 모두 1년 전보다 늘었다면서 "물가가 문제"라고 말했다. 

행정부 각료들은 연일 경제를 낙관적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들을 설득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NYT는 전했다.

제임스 블레어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지난주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몇 달간 물가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레어 부비서실장은 "대통령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매우 잘 이해하고 있으며, 그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경제를 회생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물가 안정에 더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밤 법무부에 육가공업체들의 소고기 가격 담합 여부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8일에는 건강보험 보조금을 보험사가 아닌 미국인의 예금계좌로 직접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했으며, 9일에는 관세 수입 일부를 고소득층을 제외한 모든 미국인에게 1인당 2천달러의 배당금으로 돌려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제일보 기자 kjib@kookj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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