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도시락 깜빡한 엄마는 '발 동동'…1교시부터 부정행위 퇴장도

  • 등록 2025.11.13 11:17:44
크게보기

경찰 호송 수험생은 민망한 듯 뛰어가…수시합격자들 '맛보기' 응시



(서울=연합뉴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13일 서울 시내 시험장에서는 시험을 다 마치기 전에 교문을 나서는 수험생들이 눈에 띄었다.

2교시 시작 직전인 오전 10시 22분께 용산구 용산고에서는 한 남학생이 "부정행위가 적발됐다"며 시험장에서 나왔다. 그는 "무슨 부정행위를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만 답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이미 수시에 합격했으나 경험 삼아 수능에 응시한 뒤 1교시가 끝나자마자 하교하는 학생들도 잇따랐다.

용산고에서 시험을 본 송모(18)군은 "이미 수시로 대학에 붙어서 시험장 분위기를 보려고 왔다"며 "인생에 한 번뿐인 수능인데 노는 것보다는 직접 눈으로 보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시에 합격했다는 오모(19)씨도 친구 두 명과 함께 나와 "엎드려 있으면 (다른 친구들한테) 방해가 될까 봐 국어 시험만 보고 나왔다"며 "도시락은 한강에 가서 먹어야겠다"고 웃어 보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경찰차 등을 타고 입실 시간 직전 도착해 겨우 지각을 모면한 수험생들이 나타났다.

입실 마감 1분 전인 오전 8시 9분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앞에서는 한 여학생이 상기된 얼굴로 검은색 밴 차량에서 내려 시험장으로 서둘러 달려갔다.

학생을 태워준 서울시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 소속 안명렬(62)씨는 "매년 수능마다 수험생들의 이동을 돕는 봉사를 하고 있다"며 "학생이 문래역 인근에 사는데 애초에 늦게 나왔다고 하더라"고 겨우 한숨을 돌리며 말했다.

이 학교에서는 입실 마감 10분 전인 오전 8시께에 다다르자 경찰차와 자율방범대 차량이 연달아 교문 앞으로 들어섰다. 경찰차에서 내린 여학생은 민망한 듯 고개를 숙이고 부리나케 학교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입실 마감 시간 10분 뒤인 오전 8시 20분께 강남구 휘문고 앞에서는 한 어머니가 "정신이 없어서 아이에게 도시락 주는 걸 깜빡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어머니는 도시락을 건네받은 감독관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휘청거렸다. 감독관은 "전화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라. 나도 아이를 키웠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국제일보 기자 kjib@kookjeilbo.com
<저작권자 ⓒ 국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PC버전으로 보기

법인명 : 주식회사 국제일보 | 제호 : 국제일보 | 등록번호 : 인천 아01700 | 등록일 : 2008년 6월 2일 | 발행인ㆍ편집인ㆍ대표이사 회장 : 최동하 본사 : 인천광역시 부평구 충선로 9, 203호 (부평동, 이레빌딩) | 대표전화 : 032-502-3111 | 발행일 : 2008년 8월 1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동하 국제일보의 모든 컨텐츠(기사ㆍ사진)는 저작권법 보호에 따라 무단전재ㆍ복사ㆍ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