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선진국 / 김병연

  • 등록 2017.08.03 13:3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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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2007년 2만 달러를 돌파했고,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그 시기가 자꾸 늦어지고 있으나 가까운 장래에 3만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흔히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선진국의 척도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민소득만으로 선진국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중동 산유국 중 카타르, 아랍 에미레이트, 쿠웨이트 등 일부 국가는 국민소득이 4만 달러를 돌파했지만 선진국으로 보고 있지 않다.


그럼 1인당 국민소득 이외에 선진국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이것은 경제구조적인 측면 및 사회 인프라 측면과 문화적인 측면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경제구조적인 측면에서 대부분의 선진국은 기초 생활필수품의 가격이 낮아서 서민이 생계를 꾸리는데 어려움이 없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을 보면 농산물 가격이 낮아서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 별로 돈이 들지 않는다. 다만 식당에서 외식을 하면 상당히 비싸다. 학력 별 임금 격차도 크지 않고, 따라서 공부에 큰 흥미가 없는 사람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직업 전선에 뛰어든다. 특히 몸을 쓰는 일을 하면 상당한 소득이 보장이 된다.


알바나 파트 타임을 하더라도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할 만큼 돈을 벌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식당에서 서빙을 하면 혼자 겨우 먹고 살 수 있으나,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잘 되는 식당에서 서빙을 하면 팁을 많이 받아서 한 가족이 생활하는 데에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서민생활물가가 너무 비싸다. 농산물 중 쌀값을 제외하고는 장보기가 겁이 날 정도로 너무 비싸다. 최근에 물가상승률이 1%도 안 되지만 장바구니물가는 10% 이상 올랐다. 서민이 살기에는 너무 힘들다.


또한 학력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너무 크다. 모두가 1류 대학을 졸업하여 대기업에 정규직 또는 공무원이나 교사로 가려고 한다.


특히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직업의 안정성이 높은 공무원과 교사의 인기가 많이 올라갔다.


대기업의 비정규직 및 중소협력회사의 직원은 박봉에 시달리고 있다. 아마도 학력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가 줄어들면 대학입시 지옥이 사라지고, 자연히 사교육비 부담으로 인한 노후 생활 불안 요소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사회 인프라 측면을 보자. 우리나라가 최근에는 도로와 철도망의 확충으로 교통 여건이 상당히 좋아졌다. 그러나 광역시를 제외하고는 도시철도가 없어서 승용차가 없으면 생활하기가 불편하다.


도시철도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잘 발달돼 있다고 한다.


다음으로 문화적인 측면을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K-팝, 드라마 등 한류라는 문화 컨텐츠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의 문화생활의 수준은 안타깝게도 선진국의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워낙 상업적인 면이 강한 국가라서 예외로 하고, 유럽의 선진국은 예술, 음악, 생활체육의 강국이다. EU 탄생 이후 경제적으로 고초를 겪고 있는 그리스도 집에 들어가 보면 방마다 그림이 걸려 있다고 한다. 음악 수준도 높고 생활체육도 활성화 돼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시골 마을도 공연과 체육대회를 할 수 있는 복합문화체육공간이 잘 갖춰져 있어서 아주 부러울 정도라고 한다.


흔히 외국 여행에서 돌아오면, 한국만큼 살기 좋은 곳이 없다고 말한다. 이것은 외국이 생소하고 우리나라는 익숙하기 때문이지 우리나라 수준이 선진국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선진국이 되려면 국민소득뿐만 아니라 전술한 선진국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모두 열심히 노력해 선진국의 꿈을 이루자.


김병연 / 시인 · 수필가

국제일보 기자 kookje@kookjl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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