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회는 매일 자고 일어나면 방송이나 신문의 첫 머리 뉴스에 부정부패로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이미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했고 지금도 반복하고 있는 소리지만, 이것에 대해 필자도 꼭 한마디하고 싶다.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은행장, 종교계와 교육계 등의 인사가 부정부패로 구속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보고 국민들은 분노하고 흥분하고 때론 통쾌감에 손뼉을 치기도 한다.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와 사회지도층의 부패에 분노하며, 그들의 가면을 양파 껍질 벗기듯 벗겨서 진실을 밝히는데 통쾌함을 느끼기도 한다. 많은 정치가들이 일종의 깡패이고, 일부의 고위공직자들이 부정 치부자들이고, 적지 않은 장성들이 거금을 쓰고 별을 달았다는 소문, 교감․교장 승진과 교수 임용에 큰돈을 썼다는 소문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부패가 아주 심각한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를 가리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총체적인 깽판 사회라고 혹평을 한다. 정치는 국회의사당에서, 지방의회에서, 정당 내부에서 싸움판이고 난장판이며, 경제는 물가가 올라 서민들은 죽을 판이고, 사회는 종교지도자들의 도덕성 실추로 비판을 받는 얼굴 못 드는 눈치판이고, 교육계는 종전의 학교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참교육을 한다는 전교조는 학교 폭력이 발생해도 나 몰라라, 시․도교육감은 교도소 갈판, 일부 학생은 놀자판․왕따판․폭력판이다. 이러니 교권이 바로 설 리가 없다. 재계와 금융계는 도둑놈판이고 수백억 원 갖고 도망치고 나누어 먹는 판이다.
전․현직 대통령 임기 말 측근들의 비리는 먼저 한 놈이나 뒤에 한 놈이나, 형님이나 동생이나, 선배나 후배나, 고향 놈이나 타향 놈이나, 큰 놈이나 작은 놈이나 다 똑같은 부정부패 당사자들이다. 이런 당사자들이 한 세력 한 정파의 핵심세력으로 성장하면서 상대방의 세력과 정파를 무찌르고 격파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국민 전체를 아우르고 화해시키고 협력하게 만드는 역할의 중심에 있어야 할 사람으로서 취할 태도는 아니다.
참으로 걱정스러운 것은 나라의 중심세력들이 다리 걸기, 약 올리기, 약점 잡기, 허황된 정책 내놓기, 뒤통수 치기 등 꼼수에 몰입하고 있다. 이런 처사는 국민 앞에 절대 보이지 말아야 한다. 국가 안보와 국민의 살림에는 관심이 없고 독재와 싸우느라 익힌 투쟁체질과 습성이 아직도 남아서 그런 실수를 범하는지는 모르겠다.
우리 사회는 썩어도 너무 썩었다. 썩은 것은 정치가나 고위공직자들만이 아니다. 구석구석 다 그렇다. 권한과 권력은 축재의 수단이 됐고, 지위가 높으면 큰 도둑이고 지위가 낮으면 작은 도둑이다. 솔직히 말해보자. 사회의 비리를 고발하고 공정한 사회를 위한다는 언론계도, 국방에 전염해야 할 군 장성 승진에도, 원자력사업을 총괄 지휘하는 간부도 구린내가 난다. 더 뼈아픈 사실은 부정부패가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 사회의 관례로서 우리의 의식 속에 습관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수출이 늘어나도 우리 사회가 부정부패 하에 있는 이상 우리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차를 타고 갓진 옷을 입고 큰 주택에 살아도 우리가 도덕적으로 병들어 있는 이상 우리는 결코 깨끗한 사회에 살 수가 없다.
부정부패는 그 사회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암이다. 우리가 병에 걸렸을 때 바로 치료하지 않는다면 그 병은 더 커지고 치료하기도 힘들어진다. 하지만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아픔은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치료를 뒤로 미루겠는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정부패는 이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회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암인 부정부패를 당장 치료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나라의 몰락이라는 크나 큰 아픔을 겪게 될 것이다.
시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