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청년실업과 효도 / 김병연

  • 등록 2016.06.08 13:4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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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률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올해 2월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이 12.5%에 도달한 이후 지금까지 개선의 기미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청년 실업자가 열 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이 된다는 말이다.
 
청년실업률이란 15세부터 29세까지의 청년 가운데 일자리를 찾는데 구하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이다. 그런데 구직 의지가 없이 실업 상태에 있는 청년들의 숫자까지 합하면 실질적인 실업률은 통계치의 두세 배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뜻의 이태백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5세에서 29세까지의 청년 가운데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제외하면 청년실업률의 중심을 차지하는 것은 대학졸업자들이다.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대학진학률이 80%이상을 차지하니까 청년실업률은 결국 대졸자 실업률과 비슷하다.


대학을 졸업한다는 것은 우골탑(牛骨塔)이라는 말이 상징해 주듯 가정 경제의 많은 부분을 희생시켜야만 가능한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기 4년 이상을 온전히 투자해야 졸업할 수가 있다. 투입되는 국가 예산도 만만치가 않다.


문제는 그토록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고등교육을 마친 수많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일자리는커녕 인턴 자리마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운 좋게 취업을 해도 열정 페이만을 받는 88세대를 벗어나기 힘들다. 인생의 커다란 포부를 가지고 큰 꿈을 꾸어야 할 시기에 절망의 구렁에 빠져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많은 청년들이 우리나라를 지옥(hell)에 빗대서 헬조선(지옥 같은 대한민국)이라고 부르는 것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상실한 나라의 미래는 밝을 리가 없다. 청년 실업의 문제는 단지 직업의 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혼 포기나 저출산 같은 더 심각한 사회 문제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직업을 가지고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 만만치 않은데, 실업자의 처지에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좀 과장하면 청년실업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지닌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청년실업률 문제가 심각하게 된 원인은 매우 복잡하다. 일차적으로는 사회적 수요와 공급이 빗나간 고등교육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아직도 획일적인 기준에 얽매여 있는 우리 사회의 가치관과 제도적 불합리성에서 찾을 수 있다.


돌아보면 대기업 취업경쟁률은 항상 수백 대 일이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쓸 만한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그렇다고 학생들에게 왜 대기업만을 가려고 하느냐고 탓할 수도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철저한 갑을 관계로 이루어져 있고, 그 이윤의 배분이 공정하지 못하니 사원들의 처우에서도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대기업 편중 현상은 청년들의 잘못이 아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를 나와도 9급 공무원이나 순경 수준의 취업을 못하는 사람이 즐비하다. 어렵게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청소원도 지망한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했다는 삼포세대 젊은이가 늘어나고 결혼은 점점 늦어지고 결혼해도 대부분 아이를 한 명만 낳는다.


미래학자의 전망에 따르면, 인공지능의 발달로 20년 내에 현재 직업의 35%가 사라질 전망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자식 대학 졸업시켜 공무원 수준의 취업을 하면 돼지 잡아 잔치를 해야 된다.


농경사회에서는 능양의 효가 으뜸이었지만, 지금은 대학 졸업 후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입신양명의 효가 제일이다.


김병연 / 시인 · 수필가

국제일보 기자 kookje@kookjl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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