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꼭 배워야 할 것 / 김병연

  • 등록 2018.01.05 14: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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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가치관을 가지면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 국민이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면 더 합리적이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될까. 물론 사람에 따라 생각하는 점이 다를 것이다. 많은 사람이 긍정과 감사의 마음을 행복하기 위한 중요한 자질의 하나로 생각한다. 물이 반 잔 남았을 때 “반 잔 밖에 안 남았네” 하는 사람과 “반 잔씩이나 남았네” 하는 사람 중 누가 더 행복을 느낄 것인가. 얼마 전에 ‘긍정의 힘’이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었다. 부정적인 사고의 소유자보다는 긍정적인 사고의 소유자가 행복감도 더 느끼고 일상생활에 더 적극적일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모두 긍정적이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우리 사회는 갈등도 줄어들고 더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은 높은 성취욕, 근면성 등 많은 장점이 있지만 부족한 점도 많다. 우선 정직성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 거짓말을 많이 해 신뢰가 부족하다. 수많은 주민등록서류, 인감증명서 등 모두 국민의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광우병 사태도 신뢰 부족에서 생긴 갈등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그의 저서 ‘신뢰’에서 우리나라를 저신뢰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공중도덕 부족도 우리 사회에서 미흡한 사회자본의 하나다. 식당에서 마구 뛰어노는 어린이들, 공원에서 고성방가 등 부끄러울 때가 많다. 일본인이 어릴 때부터 많이 듣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라고 한다. 최근 일본 쓰나미의 경우, 일본인의 질서의식은 놀랄 만하다. 생필품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이웃을 의식해 라면, 생수 등의 사재기를 자제했다. 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은 위문 온 사람에게 폐를 끼친다고 슬픔 표시도 자제했다고 한다.
 
법과 질서를 지키는 준법정신도 부족하다. 자기의 주장을 위해 불법적인 데모가 일상화되고 있다.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관을 구타하는 행위까지 벌어지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경제면에서도 잘못된 인식이 많다. 우리나라는 시장경제를 통해 발전해 왔다. 시장경제에서는 가격을 통해 자원이 배분된다. 물건이나 서비스 가격은 원칙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국민은 물론 정치인, 지식인들까지도 가격이 원가+적정이윤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아파트가격 안정을 위해 원가를 공개하고 적정이윤을 규제하라고 하는 것이 그 예다. 아파트 가격이 안정되려면 공급이 늘거나 수요가 줄어들어야 된다. 가격을 규제하면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어날 것인데 어떻게 가격이 안정될 것인가. 전력요금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면서 소비 절약이 가능할 것인가.
 
이상에서 거론한 사례들은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고방식이나 지식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 중 많은 사람이 이와 같은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교육 수준이 높다. 고졸자의 82%가 대학에 진학하는 나라다. 학교에서는 무엇을 배웠기에 이런 것들이 일상생활에서 제대로 실행이 안 되는가. 물론 학교에서는 앞에서 든 예들을 모두 가르쳤을 것이다. 그러나 몸에 배도록 가르치지 않았다.
 
학교에서 너무 많은 지식을 경중 구분 없이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지혜나 가치관은 철저히 몸에 배도록 집중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어려서 배운 가치관이 평생을 간다. 민주사회에서 국민의 생각이 국가·사회의 운명을 결정한다.


김병연 / 시인 · 수필가

국제일보 기자 kookje@kookjl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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