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구촌 시대 / 김병연

  • 등록 2018.06.14 12:4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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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의 발달로 지구촌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지구 저편의 고통스런 현실에 구호의 행사가 이뤄지고, 지구의 반대편에서 열리는 스포츠 경기를 안방에서 같은 시간대에 청취한다. 중국의 농산물로 식사를 하고, 남미의 과일과 커피로 후식을 하며, 미국의 영화로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우리의 기술, 문화, 예술 등도 세계로 뻗어나갈 기회가 점점 많아져 간다. 변화의 파도는 지속적으로 밀려오고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이로 인한 충격 또한 커져갈 것이다.
 
지구촌시대는 세계를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어, 환경․인구․식량․에너지 따위의 문제를 개별 국가 차원이 아닌 전 인류의 협력으로 해결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사회보다 개인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겠지만, 사회 없이 개인이 존재 할 수 있을까. 사는 곳이 어디이든, 무엇을 하든, 사회 속에서 살다가 주검마저 사회에 남기고 간다. 어떤 선택이건 그것은 판단의 결과물이다. 어떤 능력이건 반복적 훈련을 통하여 강화되어 간다. 판단력 또한 생각하여 판단하고 행동하고, 그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자연스럽게 강화될 것이다.
 
선택과 반성의 순환이 이뤄 지지 않으면 어떤 능력도 향상되지 않을 것이다. 알지 못하는 방향과 강도로 충격은 부딪쳐 올 것이다.
 
중심을 잡을 힘이 필요하다. 생각의 뿌리를 굵고 깊게 내려야 굳건히 버티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단순한 지식이나 물질의 방호벽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든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생각의 힘을 키워나가야 지구촌에 한국마을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시골 여름밤 초가지붕의 달빛 속 박꽃 같은 추억은 아름답게 가슴에 남아 있지만, 과거로의 회귀는 불가하다. 물건, 사람, 문화, 환경, 상황 등 여러 면에서 미래는 점점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강물은 돌과 바위가 막아서도 돌을 넘고 바위를 돌아 자기의 길을 간다. 오히려 막아선 돌과 바위로 공기를 불러들여 스스로를 정화한다.
 
우리 아이들의 사정은 어떨까. 생각의 기회를 만들어 주기보다 부모가 정한 일정만을 무조건 지키게 한다면, 아이의 시행착오를 통한 반성의 결과로 얻어지는 판단력은 무디어지고 부모의 판단력만 커져갈 것이다. 청년들은 느낌으로 결정하고 결과는 나 몰라라 하고 있지는 않은지.
 
표현의 자유는 반드시 지켜 나가야할 소중한 가치다. 하지만 공공 언론의 장을 왜곡이나 욕설의 배설 장소로 만든다면 그 악취는 결국 모두에게 피해를 줄 것이다.
 
지구촌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화이부동(和而不同)라는 말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이다. 주위와 사이좋게 지내되 자기의 중심을 잃지 않으며, 과거와 현재, 빠름과 느림, 포용과 편견, 자유와 방종, 정직과 위선, 절제와 낭비, 확신과 의심 같은 상반된 여러 상황 속에서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도를 어떻게 찾아 낼 수 있을까. 변화의 요소들과 잘 어우러지면서도 우리를 지켜 나갈 지혜를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세상은 물질과 이기와 편리 등에 대하여 예리해지는 반면, 안타깝게도 정신과 사랑 등에 대하여는 무디어져 간다.


김병연 / 시인 · 수필가

국제일보 기자 kookje@kookjl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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