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었지만 정부 대책 환영…반짝 관심 아니었으면”
29일, ‘여자축구 활성화 대책’ 발표가 있었던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브리핑장에는 황인선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코치를 비롯해 지소연, 정해인 등 선수 5명이 함께 했다.
맨땅에서 훈련하던 기억을 더듬던 이들은 ‘이제 굳이 잔디가 필요없는 수준까지 왔다’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정부가 내놓은 ‘여자축구 활성화 지원 종합계획’에 대해 누구보다 반기는 눈치였다.
김나래 선수는 “어릴 적 뛰던 여자축구팀이 해체되면서 남자축구 팀에서 힘들게 훈련하던 기억이 있다. 이제 후배선수들은 그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이번 계획을 반겼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선규 제2차관은 자신도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중학교까지 축구를 했지만, 축구는 남자들만의 경기였다. 그만큼 여자축구의 토양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대책은 그 기반을 마련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황인선 대표팀 코치는 이에 “꾸준히 운동할 수 있게 도와준 정부의 노력에 감사드린다”며, “반짝 관심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사랑받는 여자 축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들과의 일문일답.
- 여성축구팀의 현실은 어떤 지, 이번 대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궁금합니다.
▲지소연 선수) 매일 맨땅에서 훈련하다보니 이제 굳이 잔디가 필요없는 수준까지 왔다(웃음) 그동안 여자 축구는 선수들도 별로 없고, 그만큼 관심도 적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꿈을 위해서 열심히 하다보니까 이렇게 많이 발전한 것 같다. 지원을 해주시면 더 열심히 뛰겠다.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브리핑장에서 지소연 선수가 기자들의 질문
에 답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실 전소향)
▲ 정해인 선수) 우선 실업팀이 많이 부족하고, 실업팀에 비해서 대학팀도 많이 부족하다. 또 그만큼 지원도 부족해 그동안 여자축구가 활성화될 수 있는 토양이 척박했던 게 사실이다. 이런 무관심 속에서도 꿋꿋하게 여자축구 발전을 향해 열심히 뛰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 박선규 제2차관) 선수들 얘기에 덧붙이겠다. 개인적으로 저도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까지 축구를 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축구는 남자들만의 경기였고, 여자들이 축구를 한다고 하면 우선은 주변에서 보는 눈도 이상하고, 그만한 여건이 돼있지도 않았다.
관심이 없다보니까 열악한 조건 속에서 그야말로 몸을 던져서 훈련할수 밖에 없다. 또 운동을 하더라도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별로 없고, 대학 졸업해도 실업팀도 거의 없고, 그러다 보니까 운동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도 쉽게 용기를 내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실업팀들은 실업팀대로 선수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양쪽의 문제가 다 있었던 거다.
그래서 초, 중, 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팀을 45개를 운영함으로써 선수들이 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놓겠다는 거다. 선수들이 이를 토대로 실력을 쌓고, 대학에도 가고 실업팀에 가서 실력을 발휘하면서 직업으로써의 축구를 할 수 있게 함으로써 활동 무대가 넓어지도록 할 거다. 이렇게 해서 대한민국 전체의 여자축구 실력이 더 향상될 수 있도록 하자는 거다.
▲ 김혜리 선수) 축구뿐만 아니라 어떤 운동선수들도 다 마찬가지로 힘든 과정이 있겠지만 꿈이 확고하다면 자신있게 그 길을 갔으면 한다. 특히 여자축구에 많이 도전했으면 좋겠다. 정부에서도 그런 선수들이 많이 나올 수 있게 앞으로도 계속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 김나래 선수) 저는 개인적으로 초등학교 때 뛰던 여자축구팀이 선수 부족으로 해체가 되는 바람에 남자축구팀에서 훈련했던 기억이 있다. 남자축구팀에서 뛰면서 어려웠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지금 (문체부가 내놓은) 이런 계획을 더욱 환영한다. 앞으로 여자축구팀이 많이 창단돼서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 선수들이 여자축구 쪽으로 들어오는 데 힘이 덜 들었면 한다.
▲ 이현영 선수) 이번에 신입선수들이 꽤 있는데, 많은 선수들이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중도 포기한 경우가 많다. 그 부분이 개인적으로 속상했다. 끝까지 뛰는 선수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황인선 국가대표팀 코치
▲ 황인선 대표팀 코치)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맨땅에서 운동하면서 많이 다쳤다. 여자들이 상처 입으면 잘 낫지도 않는다. 이제 푸른 잔디에서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축구하게 된 것에 안심이 되고, 기분도 좋다. 안심하고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게끔 도와주신 데 대해 굉장히 감사드린다. 바라는 게 있다면 이런 지원이 반짝 관심에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고 사랑받는 여자 축구가 됐으면 좋겠다.
하나 더 덧붙이면, 저희들의 또 다른 문제는 운동을 그만두면 할 게 없다는 거다. 제가 운동을 관두고 지도자를 하지만 아이들의 미래가 솔직히 걱정된다. 여자는 결혼하면 그만이란 식이어선 안 된다. 우리 아이들이 운동을 그만뒀을 때도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십분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 부분에 대한 대책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