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지나간 자리들 이름 모를 새소리가 아침을 알리고 뜰 수 없는 눈을 비비며 낡은 책상에 앉고 먼지 쌓인 전등을 키며 다시 눈을 뜸에 신께 감사하고 기도를 하고 몇년간 봄을 느끼지 못한 것을 회상하며 가슴이 아려오는 것을 이제 받아들이고 모든 음악과 꽃내음들을 아련한 실루엣에 뿌리며 걷는 거리마다 봄의 향연을 귀울여 듣고 분홍잎들의 손짓을 막지 않고 두손 모아 흩어진 벚꽃들을 내 발 앞에 뉘이며 김별 | 시인ㆍ소설가
소란스러운 소리 바다 한가운데 발이 내딛는 소리 노을이 해수면에 붉게 내려 앉고 차가워진 발에 유리알 빛을 품은 파도가 뒤덮고 모래알들이 뒤섞여 하얗게 변해버린 파도는 온 몸을 휘감아 심해까지 부드럽게 잡아 당기고 눈과 귀와 코가 바닷물이 될때 심해 바닥에 발끝이 닿고 무거워진 몸을 심해에 뉘이며 팔을 들어 이제는 갈 수 없는 손끝을 향해 눈을 감으니 숨이 멎는 곳에 당신이 서 있어 나를 감싸 안고 김별 | 시인ㆍ소설가
당신이 지켜 온 7년의 책상 내가 지켜 가는 3년 마음이 아닌 뇌가 말한다 가슴 아픈 부산물들을 이제 놓으라고 마음이 말한다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거라고 기억이 아니라한다 추억이 지워지지 않는거라고 아픈 흔적들을 아무리 지워도 내 손끝이 기억한다 내 영혼이 기억한다 내 육체를 무덤으로 끌고 간 듯 내가 사라진다 한들 단 한사람의 기억만은 3년이 아닌 영원히 내 영혼의 가루들과 함께 할 것을 김별 | 시인ㆍ소설가
당신의 침대에 누워 귀속으로 파고드는 음악에 작은방에 홀로 앉아 내게 등을 보이며 치던 그 음악에 어릴적 커다란 등을 보던 나를 끝까지 지켜줄거라고 믿었던 나를 언제부터 쌓였는지 모를 입을 다문 피아노 앞에 누워 다시 드뷔시의 환생을 꿈꾸며 하얀 달빛이 귓속에 파고들기를 김별 | 시인ㆍ소설가
어스름에 쌓인 그윽한 방 힘없이 내려 앉는 육체의 영혼 계절을 알 수 없는 똑같은 시간 3년을 지켜 온 아버지의 체취가 서려 있는 방 지금도 향기들을 마시며 책상에 앉아 있는 새벽 새벽은 침묵을 일깨우며 다시 벚꽃들의 내음을 코 끝에 앉게 한다 그리고 다시 같은 음악이 흐른다 두려움이 사라지게 귀에 익어가는 알 수 없는 선율들로 무섭게 내려 치는 고독들은 낡은 책상에 뉘이며 다시 펜을 들게 한다 고독이 묻어나 있는 펜은 그리움이 더 견디기 힘들다고 휘젓는다 신이 와서 견디라고 말한다 하지만 기다리지는 말고 슬퍼하지도 말고 네 입에서 흘러 나오는 벚꽃들의 향연만 기억하라고 한다 김별 | 시인ㆍ소설가
당신이 두드리는 피아노, 어찌 오늘은 그리 애달픈지요.당신 곁에 서 있는 내가 애달픈지요. 건반 위에 힘 없이 내려 앉는손가락들이 당신 마음을 헤아리는지요.세월의 무게들이 당신의 어깨를 타고손등에 내려 앉았는지요. 아이들이 다 자랐기에이제 모든것을 내려 놓은듯 한 모습인지요. 그래도 당신 곁에 서 있는 분신은,당신이 힘내서 건반 두드리기를기도하는지 당신은 모르는지요. 김별 | 시인ㆍ소설가
’내가 바라보는 당신‘ 차가운 겨울의 정원에서 앙상해진내 마음을, 차가운 흰눈으로 차갑게 덮여진내 마음을, 차가운 서릿바람에 쓸쓸해진내 마음을, 가장 황홀하고도 찬란한 모습으로나를 밝혀주었던 내 마음을, 그래도 당신이라 다행이 여기게 한하얀 달을 갖게 한 그 마음을, 나의 생각을당신 마음에 두고 싶은 내 마음을, 하지만,하얀 달이 어둠에 영영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몰랐던가엾은 내 마음을. 김별 | 시인ㆍ소설가
세상을 바라보는 것, 세상과 사랑하는 것, 세상을 느끼는 것, 세상과 이별하는 것, 그리고, 나를 이기는 것. 김별 | 시인ㆍ소설가
삶은 누군가와 진정한 마음을 나누는 일만으로도 감히 행복하다고 논할 수 있다. 인생은 가장 찬란한 햇살을 보기도 하고, 가장 불행한 그림자로 뒤덮기도 하고, 조그만 행복으로 기쁨을 보기도 한다. 사실, 삶에 대한 진심을 가장 뒤에 쓰게 된 이유는 삶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의미이기도 하고 하고 싶은 말들이 가장 많기도 한 진심의 가장 중요한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삶은 그 누구에게도 완벽한 행복을 주지 않는다. 세상은 타락과 위선이 만연하고 진실보다는 거짓이 더 많고 진심보다는 시기와 질투가 더 많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세상에 놓인 모든 장애물과 악과 싸우다 상처만 받고 가는 인생이라고 단정 지을 수 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 세상에 놓인 우리가 너무 불쌍하지 아니한가, 마음먹기에 달렸다. 너무 흔한 말이다. 그래도 마음먹기에 달렸다. 너무 쉽게 말하는 게 아니다. 어차피, 그 누구도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안아 줄 수도 없다. 세상과 싸우고 삶의 진심을 찾고 안도의 안식처를 얻는 일은 오로지 나 홀로 해나가야 하는 일이다. 모순덩어리의 세상이다. 행복한 거 같지만, 행복하지 않고 기쁜 거 같지만, 기쁘지 않다. 모두가 원하
난 가을입니다. 가을마다 부서진 가슴을 주워 담습니다. 마지막 잎새처럼 내 곁에서 사라져 흩어져버린 낙엽을 가을마다 눈물로 주워 담습니다. 난 가을입니다. 김별 | 시인ㆍ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