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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ㆍ투고

[칼럼] 자손과 본인이 써 도서관에 기증한 책 / 김병연


인간은 짐승에 비하여 발육이 매우 늦다. 어머니의 사랑으로 3년을 자라야 어머니의 품을 겨우 벗어난다고 하여 부모가 떠나면 삼년상(三年喪)을 입는다고 하였다.
 
천지(天地)도 모르고 태어난 그 자식을 사람 되게 키우기 위해 아무 보상 없이 겪은 그 고통을, 그 자식 또한 제 자식을 사람 되게 키우게 되며 줄줄이 아랫대(代)로 이어져 나가게 되는 것이 혈통(血統)을 잇는 것이다.
 
인간은 전지전능(全知全能)한 하나님과 무지무능(無知無能)한 짐승의 중간에 위치한 미완성의 존재이기 때문에 평생을 수양하고 단련해야 하는 것이 의무이며 운명이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가치와 보람으로 인간다운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는 최소한 생명을 받쳐줄 의무를 다해야 한다. 하던 일을 멈추고 중간에서 요절(夭折)하는 것은 불행 중의 불행이다. 수명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평균수명을 건강하게 넘기면서 이 세상에 태어나 주어진 나름대로의 자기 의무를 잘 마무리 하면서 여생을 노년사고 없이 보낼 수 있는 것은 복 중의 복이 아닌가 싶다.
 
장수가 아무리 좋다 해도 친인척과 지인들은 다 세상을 떠났는데 자기 혼자만 남아서 이리저리 방황할 때는, 노년사고(老年四苦)라고 하는 무위(無爲)와 고독(孤獨)과 질병(疾病)과 빈곤(貧困)이 삶을 짓누를 때는 오래 사는 것이 행복이 아니고 불행이 될 수 있다.
 
사람은 늙을 때도 즐겁게 늙고 죽을 때도 그 죽음을 담담하게 운명적으로 맞아들이는 것이 인간의 마지막 지혜이다.
 
인간은 마지막으로 눈을 감으면 대부분 그 흔적이 사라지지만, 자손과 본인이 써 도서관에 기증한 책은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김병연 / 시인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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