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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ㆍ투고

【칼럼】 횡설수설 / 김병연



사색하기 싫은 사람은 독서가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농담과 유머와 오락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독서는 분명 고독한 행위이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 우리는 자아와 타자를 정확히 만날 수가 있다. 그때 올바른 관계가 시작된다. 근원을 기억하는 독서, 올곧은 가치관을 지속시키는 독서, 마음의 양식이 되는 독서다. 누군가를 배려하는 알뜰한 당신으로 세우는 것은 바로 당신만의 책이다.
 
책이 가진 치유, 책이 가진 도전과 모험, 책이 가진 교감의 세계를 믿는다. 독서는 어떤 문제든 차분히 사고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공존을 선물한다. 책은 우리가 읽고 경험한 것으로 만들어진다. 책과 함께 성장하는 사회가 간절하다.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독서에 열정을 바치는 영혼들이 그립다. 홀로 비밀의 열쇠처럼 빛나는 영혼들이 있으리라.
 
곱게 물든 단풍잎이 말한다. 우리를 가지고 책의 비밀을 열어보세요. 독서는 끊임없이 강의 발원지로 회귀하려는 연어 같은 거지요. 생명의 근원을 기억해내는, 그래서 그곳에서 다시 알을 낳을 거예요. 노오란 바람을 흔들며 은행잎이 말한다. 당신만의 눈금을 가진 책읽기가 절실하고 거기엔 인내가 필요해요. 그렇게 당신도 한 권의 책이 되는 거랍니다.
 
필자는 말한다. 당신만의 책을 꿈꾸세요. 그리고 당신만의 책을 도서관에 기증하세요. 독서는 치매 예방에도 좋아요. 세상은 사람이 바꾸지만 사람은 책이 바꾸지요. 책을 든 당신을 사랑해요.
 
학자에 따라서 견해는 조금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인간의 일생을 다섯 가지 욕구로 구분하고 있다.
 
첫째는 생리적 욕구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면 먹고 싶을 때는 먹고, 자고 싶을 때는 자고, 장난치고 싶을 때는 장난치면서 자연스럽게 생리적 욕구를 충족하면서 자란다.
 
둘째는 학문적 욕구다. 청소년기에는 지적인 욕구로 학교에 다니고 학문에 몰두하면서 보다 넓은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진리탐구에 전념하면서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밤잠을 자지 않고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셋째는 재물적 욕구다. 어느 정도 학문적 욕구가 이뤄지면 많은 부(富)를 창출하고 싶어 좋은 직장을 찾고 많은 월급을 갈망하며 더 좋은 집에서 더 좋은 환경을 만들며 안락한 생활을 누리고 싶어 한다. 자녀들에게 메이커 있는 옷을 사주고 싶어 하고, 좋은 차를 타고 싶어 하고 우아한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 먹기를 원한다.
 
넷째는 권력적 욕구다. 남자와 여자는 본능적으로 조금씩 다르지만 돈의 욕구가 채워진 사람들은 권력을 잡고 세상을 변화시키고 권력을 잡지 못하더라도 본인의 명성이 세상에 알려지기를 원한다.
 
이런 욕구들을 다 경험한 후 마지막은 자아성찰의 욕구다. 과연 나는 누구인가. 세상에 와서 무엇을 했는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런 질문이 끊임없이 시작된다.
 
요즘 나의 화두는 아름다운 노년이다. 자아성찰의 욕구가 온 것 같다. 조금씩 내려놓기 연습을 한다. 세상적인 욕망을 내려놓고 겸허하게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간이 늘고 있다. 삶은 축복이다. 풍성한 삶을 누리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고 싶다.
 
잘살고 못 사는 것이 행복이나 불행을 결정하지 않는다. 국민소득 2천 달러의 부탄 국민 대부분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개인의 삶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어야 한다. 행복은 스스로 만들고 키워야 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사고는 과정을 무시한 채 범죄와 좌절을 낳고 자살을 늘릴 것이다.
 
땀 흘려 거둬야 보람을 느낀다. 잘 먹고, 잘 입기보다 마음 편한 삶이어야 한다.
 
행복이 아니면 불행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불행을 만드는 씨앗이 될 수 있다. 행복이라는 열매보다 행복의 열매가 열리는 나무를 키워가는 농부의 자세가 필요하다. 바르게 가는 것을 배우고 가르쳐야 한다. 욕심을 버리면 행복이 보인다.


김병연 / 시인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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