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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ㆍ투고

[칼럼] 세르반테스의 위대함 / 김병연

세르반테스는 스페인이 낳은 인물이다. 그는 70년 가까운 인생을 춥고 배고프게 살았고 헤아릴 수 없는 불운 속에서 억울한 일도 수없이 당하였지만 그의 인생 황혼에 이르러 돈키호테라는 위대한 작품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인 1616년 4월 23일 6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돈키호테라는 인간형은 사고가 없이 불도저처럼 행동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무슨 일이든지 주저하지 않고 밀어 붙이고 용기 있게 나서서 행동하는 행동주의자이다.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세르반테스의 작품 돈키호테를 논평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돈키호테보다 더 깊고 강열한 작품은 없다. 그것은 지금까지 발표된 인간의 사상 가운데서 가장 궁극적이고 가장 위대한 발언이다. 지구가 멸망한 다음에 지상생활에서 얻은 결론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돈키호테를 가리켜 저것이라고 말하겠다.

돈키호테는 성경 다음으로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고 베스트셀러가 되어 전 세계적으로 읽히고 있는 책이다. 근대소설의 시조로 불리며 지금도 가장 위대한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스페인에서 돈키호테는 스페인의 상징이며 브랜드이다. 심지어 돈키호테를 역사상 실제 인물로 예우하고 있을 정도이다. 오히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의 그늘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세르반테스를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돈키호테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이다.

스페인에서 돈키호테는 소설 속의 주인공이 아니다. 역사 속의 실제 인물이다. 만일 돈키호테가 사고 없는 불도저 같은 행동주의자라면 이렇게 될 수 있을까.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를 통해 말하려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돈키호테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돈키호테가 미치게 된 이유와 두 번째는 돈키호테가 미쳐서 산 인생과 세 번째는 돈키호테가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이다. 돈키호테는 왜 미치게 되었을까. 여기서 미쳤다는 말은 제정신을 잃어 버렸다는 말이다. 제정신을 잃었다는 말은 본래의 자기를 잃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것을 전문용어로 자기상실이라고 한다. 자기 상실은 본질적인 인간정신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정도(正道)를 벗어난 것을 말한다. 정도를 벗어났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상이 아니니 가야할 길을 가지 못하고 가지 말아야 할 길로 가게 되는 것이다.

남이 하니까 나도 하고 남이 가니까 나도 가는 어리석음을 우리는 범하고 있다. 정상적인 사람을 본받고 살아야 하는데 비정상적인 사람을 본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 우리들의 슬픈 현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를 축적하는데 빠져 있고, 권력에 빠져 있고, 출세에 빠져 살고 있다. 돈과 권력과 출세에 혈안이 되어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돈키호테가 살던 시절에 사람들이 기사에 대한 글을 너무 많이 읽어서 기사 밖에 모르고 빠져 살았듯이 요즘 우리의 현실도 그 당시의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인간에게 있어서 참으로 귀중한 것을 망각해 버리고 정신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인간들이 미쳤다는 것이 세르반테스의 위대한 발견이다. 제정신으로 사는 사람들이 별로 없고 남이 그렇게 사니까 나도 그렇게 살고 있다. 그래서 세상은 온통 미친 사람들의 행진이 된 것이다. 부를 축적하는데 미치고, 권력에 미치고, 출세에 미쳐서 자신에게 해가 되면 미친 듯이 달려들어 헐뜯고 깎아 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런 미친 사람들의 모습을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라는 가상인물로 그려낸 것이다.

인간의 사는 모습이 돈키호테와 같다는 것이 세르반테스가 발견한 위대함이다.

김병연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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