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8 (화)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연재 단편소설

형언 할 수 없는(Indescribable)_제1화 / 김별

Indescribable



하얀 빛줄기가 방안을 감쌌다.


한줄기 빛이 가리키는 곳으로 눈이 향했다.


작은 탁자에 놓여있는 먹다 만 커피 잔,무심하게 놓인 듯한 반지,


서글프게 보이는 낡은 책장.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직 잠들어있는 그를 바라보고 다시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를 깨운 한줄기 빛은 하얀 커튼 사이로 강렬하게 다시 나를 내리쬔다.


침대에서 발을 띄고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하얀 커튼을 열고 창 밖을 내다 본 내 눈에 처음 들어온 건 하얀 눈이었다.


나지막한 산들과 평화로운 대지들이 하얗게 어우러져 있는.


어느새 작은 사슴들이 하나 둘씩 나타났다.


하얗게 서려있는 창문을 살며시 입김으로 지우며 그들을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고요하기 그지없는 이 곳.


벌써 3년 째 이곳에 머물고 있다.


당신과 함께 들어온 이 곳.


더 이상 나의 노래도 할 수 없는,당신도 더 이상 환자를 돌볼 수 없는.


우리 둘만 의지하고 살아가는 이곳의 아침은 언제나 똑같은 일상을 준다.


아침을 열고 당신을 깨우고 같이 차를 마시고 같이 아침을 먹고,


같이 산책을 하고 같이 책을 읽고, 기억을 순간 순간 잃는 당신에게 세월을 속삭이고,


그리고 다시 어둠에 눈을 감고.


오늘 아침은 특별한 날이다.


아이들이 오기로 한 날, 내 기억이 맞다면.


핸드폰을 열어 날짜를 본다.


2월 2일.


큰 딸 생일날이다.


서둘러 그 사람을 깨우고 옷을 입히고 세면대로 향하게 했다.


깨끗해진 모습으로 나온 그 사람과 방안을 나와 로비로 향했다.


아침 7시,


우리에겐 이른 시간이 아니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로비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다.


난 그이를 조심히 로비 소파에 앉히고 데스크 스케줄러에게 다가갔다.


"오늘 2월 2일 맞죠?"


"내 딸 오는 날 맞죠?"


"잠시만요.확인해볼게요."


"네. 맞네요. 잘 기억하시고 계셨네요."


"즐거운 아침 식사 하시고 따님 기다리시면 되겠어요."


"감사해요."


데스크를 뒤로 하고 로비 소파에 앉아 있는 그를 바라봤다.


초점 없는 눈동자는 큰 창문 넘어 하얀 들판을 응시하듯 보였다.


무엇을 생각하는걸까.무엇을 기다리는걸까.


그는 항상 기다린다고 말했다.


그가 태어나고 40일만에 돌아가신 아버지도 기다리지 않았다.


85세를 넘기고 돌아가신 어머니도 기다리지 않았다.


그럼, 무엇을..


항상 아침마다 내게 건네는 첫 말,


"오늘은 오겠지?"


"누가요?"


"당신은 몰라."


그에게 다가가 휠체어 손잡이를 잡는다.


"왜이리 늦었어? 누가 오기라도 하나?"


"오늘 진이 생일이자나요. 진이가 올거에요."


"진이? 그게 누구지?"


"당신 큰 딸이자나요."


"내겐 딸이 없어. 당신만 있지."


"그래요. 알겠어요."


"그 사람은 오늘도 안오려나?"


또다시 기다리는 사람의 얘기를 꺼냈다.


"누구요?"


"그 있자나, 키 작고 마르고 하얗고 광대뼈 튀어나오고 안경 쓰고.."


"남자에요?"


"그래, 남자야."


"아주 똑똑하고 유머 있고 인기가 많은 남자지."


"당신은 그 사람을 어떻게 아는데요?"


"나? 그야 잘 알지."


"어릴 적 같이 놀았던 친구니까."


"연락을 해봐야 하는데, 너무 안 오네."


"전화번호가 어디 있었지? 내가 번호가 기억이 안나서 말이야."


"당신이 찾아봐 줘."


"그래요. 그럴게요."


다시 휠체어 손잡이에 손을 얹고 그를 살며시 끌었다.


늦은 아침 식사를 하게 된 나는 그이의 허기짐이 걱정되어 휠체어를 빨리 끌어


식당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짧았던 희열의 탄식이 회한의 얼굴로 바뀌는 걸 본 순간,


걸음이 빨라지지 않았다.


김별  |  글 쓰는 연주자





전국

더보기
대구시교육청, 지속가능한 교육환경 구축 위해 초등학교 통합 추진 【국제일보】 대구광역시교육청(교육감 강은희)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여건 변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교육환경 마련을 위해 관내 일부 초등학교의 통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통합 대상은 대구비봉초등학교(서구 비산동, 전교생 62명, 이하 비봉초)와 대구월곡초등학교(달서구 상인동, 전교생 80명, 이하 월곡초)이며, 각각 대구비산초등학교(이하 비산초)와 대구월촌초등학교(이하 월촌초)로 2026년 3월 1일 통합될 예정이다. 이번 통합은 지난 4월 학부모 설명회를 시작으로 5월과 6월에 걸쳐 실시된 학부모 찬반 투표를 통해 과반수 이상의 찬성 의견을 얻어 확정됐다. 비봉초는 1986년, 월곡초는 1993년에 개교한 학교로, 특히 월곡초는 1994년 기준 48학급 2,434명의 학생이 재학할 정도로 큰 학교였으나, 학령인구 급감에 따라 2025학년도에는 전교생이 100명 이하로 줄어드는 등 소규모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대구시교육청은 통합 대상학교 재학생에게 심리적·학습적 적응을 위한 다양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고, 통합학교인 비산초와 월촌초에는 시설투자와 교육프로그램 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통합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오는 9월까지 폐지학교 학부모와 통합

피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