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빛줄기가 방안을 감쌌다. 한줄기 빛이 가리키는 곳으로 눈이 향했다. 작은 탁자에 놓여있는 먹다 만 커피 잔,무심하게 놓인 듯한 반지, 서글프게 보이는 낡은 책장.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직 잠들어있는 그를 바라보고 다시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를 깨운 한줄기 빛은 하얀 커튼 사이로 강렬하게 다시 나를 내리쬔다. 침대에서 발을 띄고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하얀 커튼을 열고 창 밖을 내다 본 내 눈에 처음 들어온 건 하얀 눈이었다. 나지막한 산들과 평화로운 대지들이 하얗게 어우러져 있는. 어느새 작은 사슴들이 하나 둘씩 나타났다. 하얗게 서려있는 창문을 살며시 입김으로 지우며 그들을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평화롭기 그지없는,고요하기 그지없는 이 곳. 벌써 3년 째 이곳에 머물고 있다. 당신과 함께 들어온 이 곳. 더 이상 나의 노래도 할 수 없는,당신도 더 이상 환자를 돌볼 수 없는. 우리 둘만 의지하고 살아가는 이곳의 아침은 언제나 똑같은 일상을 준다. 아침을 열고 당신을 깨우고 같이 차를 마시고 같이 아침을 먹고, 같이 산책을 하고 같이 책을 읽고,기억을 순간 순간 잃는 당신에게 세월을 속삭이고, 그리고 다시 어둠에 눈을 감고. 오늘 아침은
소설 **『형언할 수 없는 (Indescribable)』**는 노년의 부부가 함께 겪는 알츠하이머라는 병과 기억 상실, 그리고 그 와중에서도 이어지는 깊은 사랑과 정서적 유대를 그려낸 감성적인 작품입니다. 다음은 이 소설에 대한 소개, 감상입니다. 1. 소설 소개 『형언할 수 없는』은 한 요양원에서 지내는 노부부의 시선을 따라 전개되는 이야기입니다. 기억을 잃어가는 남편과 그 곁을 지키는 아내, 그리고 그들 곁에서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자녀들의 이야기 속에서, ‘사랑이란 무엇인가’, ‘기억이 사라지면 사랑도 사라지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제목처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그리움, 외로움, 애정, 죄책감—이 작품 전체를 감싸고 있습니다. 2. 감상 이 소설은 조용히 스며드는 슬픔과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언어는 절제되어 있으나 감정은 절대 얕지 않고, 독자는 마치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그들의 삶을 몰래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기억을 잃어가는 남편이 자신을 잃어가는 것조차 모른 채 ‘자신’을 기다리는 장면은 감정의 정점을 찍습니다. 아내는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이제 자신도 남편을 알아보지 못할 날이 올 것임을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