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고단했던 먼 길을 돌고 돌아 한 줌의 재가 되어 내 눈 앞에 뿌려졌다.
그날 저녁, 뿔뿔이 흩어진 가족을 뒤로 한 채, 홀로 거실에서 세월의 무게를 버티고 있는
낡은 피아노와 마주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준비할 틈도 주지 않고, 왈칵 쏟아졌다.
세월의 무게만 지탱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찰나의 순간들이 이 방을 뒤덮으며, 추억의 환상들을 꺼집어 내고 있었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나를 낳는 엄마의 모습, 나를 사랑해 주는 모든 순간들,
내 곁에서 사라져간 엄마의 그날. 그리고 지금..
10년만의 헤어짐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으로서 겪어야 하는 모든 것들 중.,
가장 큰 고통의 순간에 또 다시 서 있다.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 할 수 있는 문제라, 고려해보겠다고 했다.
세 번째 거절이다. 난, 요 몇 년 동안 고독사에 처한 사람들을 탐문하며,
글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도 도덕적으로 인정 되지 않는 안락사도 취재하고 있었다.
쉽게 연구하며 내린 결정은 아니다. 아버지의 피아노의 앞에 다시 서 봤다.
그리고 천천히 조용히 앉았다.
아버지의 숨결,엄마와의 추억, 그리고 죽음...,
마들렌이라고 쓰여 있는 편지..
김별 | 글 쓰는 연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