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 이공계 우대정책 꼭 있어야
김병연(金棅淵)
시인·수필가
서울대 공대 박사과정이 3년째 대규모 미달 사태를 빚고 있다. 원인은 서울대 공대 박사과정을 마쳐봐야 카이스트와 포항공대 출신의 박사에 밀려 취업이 안 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연간 5만 명의 공학사를 길러내는데 미국과는 경제규모가 비교도 안 되는 우리는 공학사를 연간 5만 명 넘게 길러낸다. 공학박사도 너무 많이 길러낸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졸업 후 갈 곳이 없고 기업은 주로 이공계 인재를 계약직으로 채용한다. 이공계 기피가 먹고 살만하면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런 상황과 맞물려 공부 잘하는 고교생들이 이공계 대학을 기피하고 의과대학으로 집중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하겠다.
정부는 그동안 이공계 인력 육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우수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2007∼2009년) 전국 국․공립대학에서 2만 명 가까운 학생이 이공계를 떠나는 등 이공계 이탈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졸업 후 진로에 대한 불안으로 의대로 옮기거나 고시준비를 위해 학교를 그만두기 때문이다. 또 정부출연 연구기관 소속 연구원 가운데 비정규직 비중이 3명 중 1명꼴로 과학자들의 연구여건도 나빠지고 있다.
이공계 기피를 우려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이다. 자원도 없는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성장을 이룬 것은 지난날 우수한 인재들이 이공계로 몰렸기 때문이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수한 인재들이 이공계로 몰릴 수 있도록 하는 획기적 이공계 우대정책이 꼭 있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