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천소방서 소방위 이종만
수확을 목전에 둔 농민들에게 ‘만약 일손부족에 큰 도움을 주는 농기계가 없었다면?’이란 질문을 한다면 대답은 자명하다. 농촌인구의 고령화와 인력감소라는 현실 속에서 가을걷이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농촌지역의 안전사고 발생률이 가을철 영농기와 같은 특정시기에 집중하여 발생하는 통계에서도 입증할 수 있듯이 농기계 사용증가는 안전사고라는 불청객을 동반하는 동전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올해 경상북도에 발생한 농기계 안전사고 중 대부분이 경운기․트랙터에 의한 사고였던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다. 경운기나 트렉터는 농기계로 분류되어 도로교통법상 단속 대상이 아니며 특별한 면허규정이 없어서 운전자 자신이 안전수칙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사고원인별 통계를 보면 음주 후 운행이나 조작 미숙 등 개인 부주의 탓인 추락이나 전복사고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안전사고를 예방하려면 어떤 요령이 있을까? 먼저, 운전석에서 내릴 때 반드시 엔진을 끄고 주차브레이크를 채우고 받침목을 고여야 한다.
아울러 수확한 농작물을 싣거나 내릴 때에는 평탄하고 안전한 곳을 이용해야 하고 뒤에 오는 운전자가 등화장치를 볼 수 있도록 과다하게 적재하지 말고 등화장치의 작동상태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출입로는 완만한 경사와 적절할 폭을 유지해야 하며, 두렁이 높은 곳을 출입할 때에는 반드시 미끄럼 방지 판을 사용해야 전복사고를 막을 수 있다.
특히 교차로에서는 속도를 낮추고 일단 정지하여 전후, 좌우의 교통상황을 잘 살피고 반드시 신호를 지켜야 하며, 음주운전은 침착성과 판단력을 저하하고 위급한 상황에서 신속한 반응을 어렵게 하여 대형 사고를 유발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농기계를 사용하면서 도사린 위험은 비단 경운기나 트렉터 등 추락 또는 전복사고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우리지역 농촌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또한 노동력 감소의 대체방안으로 영농 기계화가 활성화되면서 그 사용법이나 구조의 복잡 다양화된 최신식 농기계 보유 대수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처럼 농촌인구의 고령화와 영농 기계화는 활동능력이나 사용법 미숙 때문인 각종 안전사고로 귀결될 수 있다. 농민의 필수 장비인 농기계가 소중한 목숨을 위협하는 장치로 변질하는 사례를 막도록 영농작업에 앞서 적합한 복장과 보호구를 착용해야 할 것이다. 추석이 지나고 가을걷이가 시작되려고 한다. 풍년을 기원하는 농부의 마음으로 농기계 안전수칙을 깊이 새겨 높고 푸른 가을 하늘처럼 안전사고로 얼룩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