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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알래스카 가스관사업 韓 참여 못박은 트럼프…압박으로 작용하나

불협화음 생길 수도…정부, '상업적 합리성' 원칙 고수하며 신중론


(세종=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주년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금이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활용될 것이라고 발언해 파장이 일고 있다.

우리 정부가 해당 사업을 '고위험 프로젝트'로 분류하고 선을 그어온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발언이 향후 투자 협상에 강력한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지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간의 치적을 열거하며 "대대적인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한국, 일본과 (무역) 합의를 타결하면서 전례 없는 수준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 한미 정부가 합의한 3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1천500억달러는 조선 분야 투자액이고 나머지 2천억달러 투자금 중 일부를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알래스카 천연가스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역점 사업이다. 이 사업은 알래스카 북단 프루도베이 가스전에서 추출한 천연가스를 송유관을 통해 앵커리지 인근 부동항인 니키스키까지 날라 액화한 뒤 아시아 등 수요지로 나르는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알래스카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약 1천300㎞ 구간에 파이프라인을 설치하고 액화 터미널 등 인프라를 건설해야 한다. 초기 추산으로만 약 450억달러(약 64조원) 이상의 자본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업은 환경 오염 및 생태계 파괴 등 논란 속에 수십년간 추진과 철회를 반복했으나 트럼프 2기가 들어선 지난해부터 백악관의 강력한 의지 속에 다시 추진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해 10월 엑스(X·옛 트위터)에서 한국에서 투자받을 2천억달러 투자 대상과 관련해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에너지 기반 시설, 핵심 광물, 첨단 제조, 인공지능(AI) 및 양자컴퓨터가 포함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경제성이다. 이 프로젝트는 대규모 가스관을 연결해야 하고 영구동토층이라는 공사 조건 등으로 인해 실제 비용은 초기 추산치(450억달러)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엑손모빌 등 미국 에너지 기업들도 막대한 초기 비용과 채산성 문제 등 사업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에 손을 뗐을 정도로 리스크가 적지 않은 사업으로 평가된다.

우리 정부도 그동안 미국 측의 집요한 동참 제의에도 이 사업 참여에 선을 그어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은 하이 리스크 사업"이라며 "상업적 합리성은 현금 흐름이 창출될 수 있는 프로젝트에 한정되기에 우리 기준에서 참여하기 쉽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한미 간 합의된 투자 구조를 보면 2천억달러 투자 분야는 미 상무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투자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미 대통령이 선정하되 투자위원회는 사전에 한국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협의위원회와 협의해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투자'만을 미 대통령에게 추천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특유의 '정치적 수사'로 해석하면서도 이것이 실무 협상에서 '보이지 않는 압력'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실무 협의 없이 정치적 홍보 제스처로 먼저 나간 느낌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허 교수는 "러트닉 장관과의 투자처 협의 과정에서 이 발언이 압력으로 불거질 수 있다"며 "미국이 일방적으로 투자처를 정하려 할 경우 향후 투자처 결정 과정에서 상당한 불협화음을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냉정하게 실익을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투자위원회를 통해 미국 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들어온 제안이나 논의된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대한 기초타당성(FEED) 자료조차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라 검토할 만한 데이터 자체가 없다"며 "무엇을 검토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사업 참여 여부를 논하는 것 자체가 섣부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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