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29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제시했다.
지난 2월 전망치보다 0.7%포인트(p)를 단숨에 낮추며 거의 반 토막을 냈다.
한은이 연간 전망치를 0.7%p 이상 조정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지난 2020년 8월 그해 전망치를 -0.2%에서 -1.3%로 1.1%p 낮춘 후 5년 만에 처음이다.
한은은 올해 전망치를 지난 2023년 11월(2.3%) 이후 지난해 5월(2.1%), 11월(1.9%), 올해 2월(1.5%) 등으로 지속해서 낮춰왔다.
이번 한은 전망치 0.8%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5%), 아시아개발은행(ADB·1.5%), 국제통화기금(IMF·1.0%) 등보다 낮은 수치다.
지난달 말 기준 주요 해외 투자은행(IB) 8곳의 평균 전망치(0.8%)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14일 새로 제시한 전망치(0.8%)와 같다.

한은은 내수 부진과 미국발 관세 충격을 주요 변수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6일 '최근 경제 동향'에서 "소비, 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취약부문 중심의 고용 애로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관세부과에 따른 대외여건 악화로 수출 둔화 등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5월 초 연휴에 소비가 얼마나 늘지가 최대 관심사"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연휴 기간 국내 신용카드 이용 금액, 온라인 지출 금액, 가맹점 카드 매출액 등이 모두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나며 기대를 무색하게 했다.
KDI는 지난 14일 경제전망에서 "정국 불안에 따른 심리 위축이 지속되고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가시적인 내수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8%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 경제가 전례 없이 2년 연속으로 1% 안팎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저성장이 고착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9%로 유지했다. 내년 전망치는 기존 1.9%에서 1.8%로 0.1%p 하향 조정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과 국제 유가가 하락한 가운데 향후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요 압력 등의 영향으로 목표 수준(2%) 근방에서 움직일 것으로 한은은 전망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1.9%에서 올해 1월 2.2%로 올라선 뒤 2월 2.0%, 3월 2.1%, 4월 2.1% 등으로 비슷한 수준을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