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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단편소설

형언 할 수 없는(Indescribable)_제5화 / 김별

Indescribable


어느날 당신과 내가 같은 병에 걸려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떠난다면,


나는 당신을 어떻게 기억하죠?당신은 나를 어떻게 기억하죠?


우리의 찬란했던 인생은 누가 기억하죠사라지는 것조차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나는 당신을 어디서 찾죠당신은 나 찾을 수 있어요?


말로 형언할  수 없게 몸서리쳐질 거 같아요.

 

꿈이었다. 말할 수 없는 공허함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발버둥 치는 거 같다.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옆에 있는 이 남자는 누구지?


나는 누구지? 무엇을 잃어버리면 안된다고 했는데, 그게 무엇이지?


괘종시계가 울린다. 새벽 4시이다.


너무 어둡다. 몸에 한기가 서려 든다겨울인가?


창문 쪽으로 다가가 커튼을 연다. 어두운 창문은 한 여자를 그림자처럼 띄운다.


나는 손으로 그 여자를 쓸어 내린다. 차가운 습기가 내 손에 파고든다.


여자가 만져 지지 않는다. 창문에 드리운 그 여자는 머리카락이 길고 하얗고,


얼굴은 갸르스름하고 눈매는 소의 눈처럼 처량하게 보이고


몸은 너무 말라 지탱하고 있는 것이 신기해 보인다.


침대에 누워 있는 남자가 큰 숨을 내쉬며 돌아 눕는다.


이 남자와 있는 이 곳은 감옥인가.. .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집으로 가야 한다. 저 문을 열고 나가면 집에 갈 수 있을 것이다.


문을 열었다. 길고 어두컴컴한 복도가 내 눈앞에 펼쳐진다.


빛이 세 나오는 곳으로 향한다. 그쪽에 나가는 문이 있을 것이다.


오른쪽 기둥을 잡고 몸을 돌렸다.


거기 누구죠? 기둥을 잡고 그대로 주저 앉는다.


차가운 바닥에 차가운 물이 흐른다. 차가운 한기는 내 몸을 타고 올라 온다.


물은 사타구니를 지나 허벅지에 이르고 다리까지 내려간다.


온 몸이 떨려온다. 여기는 왜 추운 거지?


민자님! 왜 일어나셨어요? 나쁜꿈 이라도 꾸신 건가요?


..옷이 젖었어요.. 우리 옷도 갈아 입고 씻으러 가요..


상냥하게 말을 건네는 퉁퉁하고 하얀 여자의 손을 잡고 일어난다.


나는 이 사람을 알았던가. 우리 엄마일지 모른다. 엄마는 하얗고 퉁퉁했다.


그런데 상냥하지는 않았는데..


엄마가 나를 지켜주러 온 것이다.


엄마..나를 여기서 꺼내줘.. 


김별  |  글 쓰는 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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