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PG) [백수진 제작] 일러스트 / 연합뉴스](http://www.kookjeilbo.com/data/photos/20250835/art_1756345705718_cd7471.jpg)
(서울=연합뉴스)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영자에게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 산재로 인한 사망자수는 그대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수사 지연 비율도 일반 사건의 최대 5배에 달하고, 재판에 넘겨진 뒤 무죄 비율은 일반 사건의 3배 이상, 집행유예 비율은 2.3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8일 이런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영향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뒤 3년이 지났지만, 산재로 인한 사망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산재 사망자는 2020년 2천62명, 2021년 2천80명, 2022년 2천223명, 2023년 2천16명, 작년 2천98명으로 매년 2천명을 웃돌았다.
재해자는 오히려 늘었다. 재해자 수는 2020년 10만8천379명, 2021년 12만2천713명, 2022년 13만348명, 2023년 13만6천796명, 작년 14만2천771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국회입법조사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연합뉴스](http://www.kookjeilbo.com/data/photos/20250835/art_17563457059895_3e19d3.jpg)
반면 책임자 처벌은 미진했다. 법 시행부터 지난달 24일까지 발생한 중대재해 보고 건수는 총 2천986건이다. 이 중에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로 의심되는 1천252건을 수사했고, 276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입법조사처가 수사 대상이 된 중대재해 1천252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917건(73.2%)이 노동부와 검찰에서 '수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을 초과해 처리된 지연 비율은 노동부 50%, 검찰 56.8%로 다른 범죄(10.3∼14.6%)보다 처리 속도가 느렸다.
특히 노동부의 '수사 지연'과 검찰의 '처리 기간 장기화'가 두드러졌다. 노동부는 수사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수사 쟁점이 다양·복잡하다는 점을 꼽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범죄 구성 요건 특성상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산재라는 걸 입증해야 하고,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의무 위반으로 인한 사고 발생과 사업주의 고의·과실, 예견가능성 등을 모두 증명해야 한다.
중대재해에 연루된 기업에서 대형 로펌을 선임하며 법률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도 수사가 지연되는 이유라고 노동부는 설명했다.
재판에 넘어가더라도 처벌 수위는 솜방망이에 그쳤다. 검찰은 노동부로부터 넘겨받은 276건중 121건을 기소했다. 이 중 1심 판결이 나온 56명중에 6명은 무죄, 50명은 유죄였다.
무죄 비율은 10.7%로 일반 형사사건(3.1%)에 비해 3배 넘게 높았다. 중대재해처벌법 특성상 여러 입증이 필요하다 보니 법원의 엄격한 증거재판주의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은 49건 중에 실형(5건), 벌금형(2건)을 제외한 집행유예 판결은 42건(85.7%)에 달한다. 일반 사건의 집행유예 비율(36.5%)보다 2.3배 높다.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에 부과된 벌금은 평균 1억1천140만원이었다. 20억원의 벌금이 선고된 이례적인 사건을 제외하면 벌금은 평균 7천280만원에 불과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서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벌금액이 법상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셈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동기가 된 영국의 기업살인법의 경우 유죄 판결 사건의 평균 벌금액은 41만2천509파운드(한화 약 7억7천498만원)에 달했다.
법 시행으로 사업주들의 안전보건 인식 변화 등은 개선됐으나 중대재해의 배후 요인으로 볼 수 있는 노동 강도는 거의 변화가 없다는 게 입법조사처의 분석이다.
이동영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중대재해처벌법 일부 규정이 불명확하다며 제대로 된 양형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서는 검찰·경찰·노동부가 협업하는 '중대재해처벌법 합동수사단'(가칭)이 설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 산업안전보건근로감독관 질적·양적 확대, 매출액 이익 연동 벌금제 등 경제적 제재, 시장 논리에 따른 인센티브도 개선안으로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