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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단편소설

마들렌에게서 온 편지_제8화 / 김별

A Letter From Madelein


‘봉주르, 지훈!’ 


당신의 긴 이야기는 감명 깊게 잘 읽었어요. 저의 긴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하셨죠. 

제겐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인생이랍니다. 첫눈에 반한 사람과 불같은 사랑을 한 일도 없죠. 

프랑스 인근 변두리 시골마을에서 자란 저는, 글자만 간신히 배울 수 있는 가난한 집 네 번째 딸로 

태어났어요. 우린 모두 여섯 자매랍니다. 모두 딸이지요. 포도 재배하는 일을 도우며 자랐습니다. 

큰언니는 집안일에는 뒷전이고, 본인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혼자 힘으로 끝까지 공부를 하고, 

결국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죠. 우리집의 지식인이자 자랑거리는 큰 언니 밖에 없죠. 

우리 아버지는 포도주를 담그는 일, 포도주를 관리하고 맛을 보는 일, 소물리에가 되고 싶어 하셨어요. 

하지만 결국 포도 재배하는 일로만 그치셨죠. 

어릴 때 아버지에게 왜 소물리에를 안하냐고 여쭤보니, 대답을 안하시더군요. 

그냥 포도 재배하는 일이 적성에 맞는다고만 하셨죠. 저도 꿈이 있었어요. 

큰언니처럼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저는 큰언니처럼 용기도 배짱도 없었기에 포기했죠. 

아버지 농사 일을 돕고 어머니 가사 일을 도우며 어느새 20살 성인이 되어 있었어요. 

그 무렵 우리 식구 모두가 다니던 교회에서 같은 또래 남자를 알게 됐어요. 

처음 보는 사람이었어요. 그 남자는 교회에 올 때면 항상 정갈한 정장을 입고 왔죠. 

그 남자가 유부남이라는 걸 안 날은, 우리가 교회에서 두 번째로 만난 날이었어요. 

3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와 금발머리를 가진 아내와 손을 잡고 나온 날. 

그 순간 가슴이 차디찬 얼음에 닿은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처음 본 날, 그날부터 저는 그 사람에게 연정을 품었던거더라구요.

두 번째 본 날, 모든걸 포기하게 만들었지만요. 아직도 그날이 기억나요. 강렬했던 그 날. 

그 사람에게 눈을 못떼던 첫 번째 날, 그 사람을 바로 포기한 두 번째 날. 

저의 짧고 불같은 작은 사랑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그 사람을 머리에서 지워내는 일들을 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거침없이 농사일, 

가사일을 자처했어요. 몇 개월 후, 어머니가 동네 지인의 아들이랑 선을 보라고 하시더군요. 

올게 왔다고 생각했지만, 밀어낼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저는 한번도 어머니, 아버지 말을 거역했던 일이 없었거든요. 

얼마 안가서 우린 의례적인 결혼식만 올리고 부부가 되었죠. 우리와 같은 일을 하는 농부, 

농부의 아들. 짙은 곱슬 갈색머리의 건장한 체격, 호탕한 웃음과 큰 목소리를 가진 거친 남자. 

하지만 나에게만은 다정하고 수줍은 사람. 아이도 딸 하나 아들 하나 낳았어요. 

우리는 그 어느 부부보다도 의지하고 행복하게 살았어요. 4년전 병으로 그이를 잃기 전까지는요. 

저도 한번도 꺼내지 않은 저의 추억들을 꺼내다보니 마음이 힘들어지네요. 저번 편지의 지훈씨처럼요. 

다음 편지에 당신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릴게요. 


Madelein, Paris, France


김별  |  글 쓰는 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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