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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단편소설

마들렌에게서 온 편지_제9화 / 김별

A Letter From Madelein


'친애하는 마들렌’ 


당신의 편지는 잘 받았소. 무척 아름답고 느리게 들리는 편지 같았소. 내 귀에는 평화롭기까지 말이요. 

다음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하셨죠. 저번 편지에서 언급한 데로, 난 후회와 회한이 많은 사람이오. 

모든 것을 털어 놓는다면, 분명 당신도 나에게 실망할 거요. 그게 두렵긴 하오.

 

40대 후반에 접어 든 무렵, 안정된 생활에 접어 들었던 시기, 서울에 있는 음악 대학에 피아노과 전임교수로 

자리를 잡았고 큰 아이는 본인이 하고 싶어하던 문예 창작과 대학에 입학했고, 둘째는 음악 전공을 위해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소. 나와 아내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던 때요. 

안타깝게도 아내는 결혼하고 같이 독일로 유학을 떠나려 했지만, 큰 아이가 허니문 베이비로 우리에게 찾아왔기에 우리는 서울에 눌러 앉아 본가에 들어가서 살 수 밖에 없었소. 

내겐 어머니와 형제들과 어우려 의지하며 평화롭고 안정되게 살 수 있는 시기였지만, 아내에겐 시댁에서 살아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감이 컸었을 거요. 프랑스 유학을 끝내고 우리는 바로 결혼을 했기에, 돈도 없는 가난한 부부나 다름 없었죠. 거기에 큰 아이까지 태어났으니, 난 생계를 책임져야 했소. 다행히 한동안 본가에서 어머니와 형님들의 도움으로 3년 간 살 수 있었소. 그 후, 난 한 대학에 시간강사로 자리를 잡았고, 우린 어른들의 도움으로 서울에 작은 아파트를 마련해 들어갈 수 있었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기 같소. 큰 아이가 3살 되던 무렵 작은 아이가 태어나고, 아내도 현실에 잘 적응하며 안정되게 지내는 것처럼 보였던 거 같소. 시간강사라 생활비가 부족했기에 학생들도 따로 교습하며 연주회도 하며 그럭저럭 우리는 우리의 삶을 잘 지탱해나가고 있었소. 아내가 마음의 병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난 우리 가족을 위해 전력으로 애써왔소.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거요. 

아내가 육아로 힘들었던 거, 본인의 꿈을 저버린 것에 상실감으로 괴로웠던 거, 3년 간 시댁 살이로 마음의 병이 들었던 거, 내가 예전처럼 사랑의 마음을 내보이지 않았던 거.. 

이 모든 것들을 그녀가 떠나고 나중에 아이들을 통해 알게 됐소. 그녀가 노년으로 접어들었을 때, 언제나 혼자서 집을 지키고 있었을 때, 큰 아이에게 원망하듯이 이 모든 것들을 털어났다는것을요. 

가슴이 모두 사라진 거 같았소. 그녀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내 가슴 모두를 내리쳐 없어지게 한 거 같았소.


그런 줄도 몰랐던 난, 40대 후반에 모든 것을 이룬 자만감으로 벅차오르던 때, 아내가 둘째 아이의 유학 준비를 위해 한 달 동안 독일에 머물게 된 시기가 있었소. 큰딸이랑 한 달 동안 둘이서만 있게 됐던 그때, 구차하게 나의 변명을 늘어놓자면, 사실 우리가 결혼 한지도 20년이나 지난 세월이었소. 

서로가 항상 곁에 있다는 안정감이 무관심으로 되어갔던 거 같소. 나만 그랬을 테지요. 나는 점점 알 수 없는 외로움과 공허함에 빠졌고, 그리고 결국 그 한 달 동안 다른 여자를 만나게 됐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나의 치부, 배신, 기만. 아내가 오기 전 정리를 했고, 아내는 끝까지 몰랐겠지만, 아니, 알았어도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던 사람일 거요.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니까요. 그 시기에 우리는 마음에서 멀어져 가고 있었소. 나는 나대로 외로움을 풀고 있었지만, 그 사람의 마음이 어떨 거라는 생각은 그때 미처 하지도 않았소. 나는 그녀가 병 들고 내 곁을 떠나고 나서야 모든 걸 알았고, 지금은 이런 나의 어리석은 모습을 증오하고 후회하고 있지만, 무슨 소용이 있겠소. 이미 그녀는 떠난 것을.. 난 용서 받지 못할 거요. 쓰다 보니 벌써 늦은 밤이 되었군요. 다음 편지를 기다리겠소. 

마들렌. 잘자요.


Ji Hoon, Seoul, Korea


김별  |  글 쓰는 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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