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르, 지훈!’
당신의 편지는 잘 읽었어요. 지훈. 인간은 누구나 미완성 투성인 나약한 생물체지요.
어차피 후회해야 하는 일은 후회로 남겨둬야 해요. 후회마저 없다면 살아갈 수 없으니까요.
그건 죽은 거나 다름없으니까요. 당신의 아내는 어쩌면 현명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마 당신의 일탈을 알고 있었을 거에요. 여자의 그런 감각은 살아있으니까요.
가족을 지키기 위함 이었겠죠. 하지만 너무 괴로워하지는 말아요.
당신의 아내가 그냥 아무 말 없이 떠났다는 건, 용서했다는 의미이니까요.
난 이제까지 당신과 나눈 편지에서 당신을 읽었어요.
당신은 누구보다도 자상했을 거고 사랑이 많았을 거고 아껴줬을거라는걸요.
우리의 얼마 남지 않은 인생에, 이렇게 마나 서로의 아픔과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는 자체 만으로
큰 축복이라 생각해요.
주님께 돌아가기 전에 회개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요.
우리를 이어준 당신의 따님은 훌륭하고 효가 많은 사람 같아요. 당신을 많이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도 자상하고 다정한 아이들이지만, 당신 따님 같은 생각은 하지 못했으니까요.
지훈, 오늘 여기는 햇살이 따듯하네요.
저의 편지가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하루입니다.
남은 여생을 행복으로 가득찬 마음을 갖고 하루하루 살았으면 해요.
외롭고 고독한 노년의 우리이지만요.
다음 편지엔 당신의 행복한 일상을 듣고 싶네요.
Madelein, Paris, France
김별 | 글 쓰는 연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