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채수근 상병 순직 약 2년 3개월 만에 원소속 부대의 최고 지휘관이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실체 규명에 한 발 더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채 상병 순직은 이후 벌어진 관련 수사 외압·은폐 의혹과 임 전 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 등으로 이어지는 본류에 해당한다.
순직 이후 경북경찰청과 대구지방검찰청에서 2년간 수사를 이어왔음에도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던 임 전 사단장이 특검팀 수사를 통해 처음으로 책임자로 지목되면서 후속·연관 수사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임 전 사단장은 채상병 순직 사건뿐 아니라 이후 대통령실·국방부에서 벌어진 조직적 수사외압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전날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특검팀은 연이틀 핵심 피의자들의 신병 확보에 나서며 수사의 고삐를 바짝 죄는 모양새다.

정민영 특검보는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임 전 사단장에게 채상병 사망과 관련한 업무상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고, 군형법상 명령 위반에 해당하는 범행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명령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원소속 부대장으로 지원을 넘어 작전 수행과 관련한 구체적 지시를 한 것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2024년 7월 경북경찰청이 임 전 사단장 불송치하기로 한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2023년 7월 19일 수색 작전 당시 채상병이 속한 해병대 1사단 제2신속대응부대는 합동참모본부와 제2작전사령부의 단편명령에 따라 육군50사단의 통제하에 있었다.
단편명령은 부대의 임무 또는 전술 상황의 변경을 알리는 데에 사용하는 간략한 작전 명령을 말한다.
경찰은 이 단편명령을 근거로 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 수행을 지휘할 권한이 없었고, 그에 따라 수색 작전과 관련해 사전 위험성을 평가할 의무도 없다고 보고 임 전 사단장을 불송치했다.
반면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이 작전통제권에서 배제된 상태였음에도 사실상 지휘권을 행사했으며, 이 지점에서 군 명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이 2023년 7월 작전병력이 물에 들어가지 않고 수색활동을 하던 모습을 본 뒤 "수풀을 헤치고 찔러보아야 한다" 등 구체적 수색방법을 거론한 점, 1열이 아닌 바둑판식 수색 정찰을 전파하고 수색 작전과 관련한 언론보도를 보고 받은 점 등을 토대로 작전 지휘권을 행사했다고 봤다.
또 부하들에게 복장 착용이 미흡하다는 점을 중심으로 지시하고, 언론에 대한 공보활동에 신경 쓰는 등 수색현장의 안전 업무를 소홀히 한 정황도 있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80여명의 해병대 1사단 병사들에 대한 조사와 현장 방문을 토대로 채상병 순직 당시 상황을 촘촘하게 재구성했다고 밝혔다.
영장 청구서에서는 임 전 사단장의 증거 인멸 우려가 강조됐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그간 임 전 사단이 온라인 카페에 450여건의 게시글을 올리며 수사에 대한 자신의 입장 및 반론을 공유해왔고, 특검 조사를 받은 배우 박성웅 씨 등에게 직접 연락을 하는 등 참고인 진술이 오염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부하들에 대한 진술 회유를 시도하고, 휴대전화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는 등 구체적인 증거 인멸 정황도 청구서에 적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출범 이후 기소된 피의자가 한명도 없다는 지적을 받아온 해병특검은 이틀간 총 7명의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수사 기간 연장 승인을 받을 경우 약 한 달 남짓 시간을 남겨둔 특검팀에 이번 영장 발부 결과가 일종의 중간평가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검팀은 채상병 순직 및 수사외압 사건과 관련해 영장 결과를 검토한 뒤 피의자들에 대한 재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