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오랜 시간이었다. 난생처음으로 부득이하게 독립을 하게 돼 지낸 세월이. 이제 와서 다시 동생이랑 살면서 처음 듣게 되는 얘기들이 있다. 원래부터도 몸이 약한 사람이었지만, 그래서 어릴 적부터 우리 집엔 항상 가사도우미가 상주했던 시절도 있었고, 세월이 흐르면서 출퇴근 하시는 도우미로 오시게 되기도 하였다. 난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 나 스스로 안도감을 만들고 방치시켰다. 철이 없었던 나이였지,라고 하면서. 너무 어리석었다. 내가 나가서 사는 동안 병환이 더 깊어진 것도 모르고, 아니, 모른체했겠지! 그렇게 나가서 산지 7년 만에 엄마는 가셨다. 병원 들어가시기 일주일 전에 안부차 전화를 했다. 목소리가 안 좋았다. 〃어디 아파?〃하고 물었다. 〃아니, 그런데 내가 오래 못 살 거 같아..〃하고 엄마가 내게 말했다. 난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해?〃라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병원에 들어가셨고, 거짓말처럼 두 달 만에 떠나셨다. 그 해 가을에.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함께 했다. 그 장면은 외상 후 스트레스처럼 나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죄책감과 함께. 오늘 동생이랑 아빠 저녁상을 차리다가 옛날 얘기가 나왔다. 〃언니! 아빠가 미역국을 싫어하는 이
그냥 가만히 있어도 스며드는 사랑이 있다. 위험하리만큼, 첫사랑의 경우가 그렇다. 그 스며듦에 평생을 가져갈 수도 있는 위험한 감정이기에. 우린 대부분 첫사랑을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라 칭한다. 왜? 가장 숭고해 보이기에. 나에게 첫사랑은 숭고하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않고 아프기만 했다. 그래서 불행하다는 건 아니다. 어릴 적 감정의 경험들은 어른이 되었을 때 나를 지킬 수 있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첫사랑은 진심의 감정일까? 다른 사랑들과 비교해 봤을 때, 조금이라도 마음의 아련함과 미소가 생기면 그 사랑이 그 당시엔 아프게 끝났어도 감히 진심의 사랑이라 여기고 살아도 된다. 우리는 그래야 살 수 있기에. 진실보다도 더 무서운 건 진심이기에. 진심이라고 여겨야, 언제나 새드엔딩으로 끝나는 첫사랑을 어린 시절의 어리숙한 풋내기 사랑이라고 말하고 그 다친 마음들을 하나하나 주워 담아 진심으로 포장해서 왜곡시켜야 살 수 있기에. 김별 | 시인ㆍ소설가
그대의 하찮은 마음을 우리의 진심이라 여겼던 나의 애절한 슬픈 망상에서 깨기까지. 김별 | 시인ㆍ소설가
내가 널 바라보고 있는 이 순간이, 한낮의 별을 보는거같은 가슴 터질듯한 행복에서 헤어 나오지 않길. 김별 | 시인ㆍ소설가
안개처럼 너에게서 사라지는 아련한 존재가 되기 위해 깃털보다도 가벼운 몸짓으로 몸부림치는 가여운 사랑. 김별 | 시인ㆍ소설가
청춘의 시작과 끝이 같았다면, 난 그 시작과 끝을 너로 담고 싶었었다고 이제와 후회의 고백을 해. 그때 난 어린 용기만 가진 겁쟁이였기에, 진심을 전하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거든. 김별 | 시인ㆍ소설가
마음에서 멀어졌어야만 했던 구차한 변명 중에, 나의 진심마저도 어디까지인지 가늠하지 못하면서 그에게 진심을 운운하던 그 철없던 청춘의 미련들을 이제 와서 주워 담기 시작했다. 김별 | 시인ㆍ소설가
모두가 비난하는 사랑은 진실된 사랑이 아닐까? 어차피 다 진실된 사랑이 아니라면, 비난할 그 어떤 사랑도 없는 것을. 김별 | 시인ㆍ소설가
눈이 멀은 사랑은, 죽지 못할 만큼만의 시련과 아픔을 주고. 눈에서 멀어진 사랑은,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찢어 놓는 사랑이 되니, 어느 것도 찢긴 마음을 가지게 되더라. 김별 | 시인ㆍ소설가
마음에 그대를 입히면, 추억하고 싶은 그 시절로 데려가 주고, 마음에 그대를 지우면, 그 잔인한 슬픔의 기억으로 데려가 주니, 어느 것 하나도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그리움이 되더라. 김별 | 시인ㆍ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