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복지와 직접 관계없는 학교시설 공사비 등으로 집행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이재오, ACRC)는 경기, 인천, 대구 소재 21개 국·공립 초, 중, 고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발전기금 운영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에서 학부모를 상대로 일정 금액의 모금을 강요·할당하는 전형적인 불법찬조금 사례는 줄어들고 있으나, ▲ 학기 초 학부모회 임원 등의 고액의 발전기금 기탁 ▲ 체육대회 등 학교 행사시 갹출금 성격의 집단적 발전기금 기탁 등 자발적 기탁 형식을 빌어 사실상 납부를 강요하는 분위기에 의한 기탁 사례는 빈번하여 학부모의 경제적·심리적 부담은 여전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안양 A초등학교의 경우 학부모회 임원, 전교회장 학부모 등이 학기초(3월, 9월)에 학교를 방문하여 1인당 50만원에서 300만원까지 발전기금을 기탁하여, 2007년에는 1350만원, 2008년에는 700만원이 모금되었고, 안양 B초등학교의 경우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전교회장 학부모 200만원, 학년 부회장 학부모 100만원의 사실상 강제 할당 성격의 발전기금이 기탁된 경우도 있었다.
대구 C초등학교의 경우 학교 체육대회 당일 참가 학부모 62명(‘07), 118명(’08), 31명(‘09)으로부터 최소 5만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발전기금을 기탁받아 2007년에는 1065만원, 2008년에는 811만원, 2009년에는 385만원이 모금되었다.
또한,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불법찬조금 모금·집행 등 학교발전기금 관련 규정을 위반한 사례도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인천 D중학교장은 학교교육 시설확충을 위하여 학교축제 행사시 일일찻집을 통한 기금 조성계획을 수립·시행함에 있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1600만원을 모금하였고,
안양 E초등학교의 경우 공사계약 체결당시에는 시설비에서 공사대금 1천만원을 지급하기로 하였으나, 실제 공사대금 지급시에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절차 없이 학교발전기금에서 1000만원을 집행하였다.
또한, 인천 F초등학교의 경우 납품 업체에서 기부한 TV를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교장실에서 사용하였다.
이번 실태 조사 결과 문제점으로 ▲학교의 묵인 또는 소극적 대응으로 형식적으로는 자발적 기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납부를 강요하는 분위기에 의한 불법찬조금 관행은 여전하고, ▲ 이러한 고액의 발전기금이 조성되는 학교는 비교적 학교 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는 교육여건이 좋은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학교발전기금이 학생복지(장학금, 급식비, 학생자치활동 지원 등)와 직접 관계 없는 학교시설 공사 비용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권익위는 이러한 사실상 불법찬조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자발적 기탁 형식의 발전기금 제도와 관련하여 16개 시, 도 교육청에 의견을 청취한 결과, 대부분의 교육청에서 학부모의 자발적 기탁 형식의 발전기금 폐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는 사실상 불법찬조금의 성격을 띤 학부모의 자발적 기탁 형식의 발전기금 제도를 폐지하도록 교육과학기술부에 촉구하였다.
권익위 관계자는 “실태조사 과정에서 고액의 발전기금을 기탁한 대부분의 학부모는 발전기금을 기탁하지 않을 수 없는 묵시적 분위기가 존재하고, 발전기금 기탁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진술했다”면서 “학부모의 자발적 기탁 형식의 발전기금 접수를 금지하는 등 경제적·심리적 부담 없이 학부모회, 학교 임원이 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개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학교운영위원회의 사전 심의절차를 거친 학생 복지와 직접 관계있는 자발적 모금은 계속 허용하여 실질적인 혜택이 학생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학교발전기금을 건전한 방향으로 개선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