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공식 집계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청년 실업자는 32만명. 정부와 민간기업이 손잡고 청년실업 줄이기에 나섰다.
강수연(24) 씨는 지난 2월부터 기업은행과 조선일보가 함께 펼친 ‘청년취업 1만명 프로젝트’의 1만 번째 취업자다. 10월 말 서울 구로동의 의류수출업체 (주)에이훠스트에 채용된 강 씨는 지난해 초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하고, 흔치 않은 스와힐리어 및 영어 실력, 탄자니아 현지적응훈련을 거치는 등 ‘준비된’ 인재였다. 하지만 불황으로 꽁꽁 언 취업시장은 강 씨에게도 문을 열지 않았다. 그러다 10월 중순 ‘청년취업 1만명 프로젝트’ 사이트인 잡월드에 가입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취업 기회를 잡았다.
강 씨의 사례는 지난 10월 29일 노동부가 서울 공덕동 산업인력공단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범정부 청년고용 대책 추진상황 및 계획’에 포함된 민간의 청년취업 지원 우수 사례 중 하나다. 기업은행과 조선일보가 2월부터 함께 추진한 ‘청년취업 1만명 프로젝트’를 통해 8만3천5백47명의 구직자와 3만4천62개 중소기업이 등록, 10월 29일자로 취업자 1만명을 돌파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15~29세 청년 실업자는 32만여 명이다. 전년 동기 대비 5만7천여 명이 늘었다. 이처럼 좁디좁은 청년취업의 문을 뚫기 위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함께 소매를 걷고 나섰다.
먼저 정부가 책정한 올해 청년취업 지원 프로그램 예산은 모두 1조2천1백98억원. 이 가운데 9월 말 기준으로 67.8퍼센트인 8천2백66억원이 집행됐다. 이를 통해 취업교육을 받거나 취업 지원을 받은 청년은 25만명. 노동부 등 중앙부처에서 시행하는 청년취업 지원 프로그램은 총 69가지로 9월에 문을 연 청년취업 사이버 홍보관 ‘으라차차차, 힘내라 청년아’에 소개돼 있다. 그중에서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고 성과가 좋은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뉴스타트(New Start) 프로젝트는 만 15~29세 이하의 실업급여를 받지 않는 청년 구직자를 위해 취업에 성공할 때까지 지원하는 종합 취업지원 클리닉이다. 참여자는 전문 상담원에게 1년 동안 단계적으로 △직업 상담과 취업 계획 수립 △직장체험, 직업훈련 △취업 알선, 취업서류 작성, 면접 기술 클리닉 등을 지원받는다. 또한 1단계(4주)를 수료하면 참여수당 3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고졸 이하 미취업자, 6개월 이상 장기 구직자 등 저학력, 경력부족 등의 이유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이라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현재 전국 종합고용지원센터 및 인크루트, 커리어 등 1백17개 민간전문기관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10월 말까지 1만5천7백18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청년인턴제는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에서 시행하는 중·단기 인턴 프로그램이다. 청년인턴제에는 올해 초부터 9월 말까지 중소기업 청년인턴, 행정인턴, 지방자치단체 인턴, 관광 분야 인턴 등 총 9만7천7백96명이 참가했다.
이 가운데 특히 성과가 높았던 것은 중소기업 청년인턴제와 행정인턴제다. 중소기업 청년인턴들은 수료 후 77퍼센트가 정규직으로 전환됐으며,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행정인턴들은 수료 후 인턴 경험을 바탕으로 64.7퍼센트가 취업에 성공했다.
중소기업 청년인턴제는 만 15세 이상 30세 미만(군필자는 만 32세 미만)의 미취업 청년 대상이며, 이들을 인턴으로 채용하는 5인 이상 중소기업에 임금의 50퍼센트를 최대 1년(인턴 6개월, 채용 후 6개월)까지 지원한다. 만 29세 이하 대졸 미취업자 대상의 행정인턴은 근무기간 10개월 이내에서 월 1백만원 선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청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노동부 산하 전국 고용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취업 지원 프로그램도 인기가 높다. 구직 방향이 확실치 않을 경우 ‘청년층 직업지도 프로그램(CAP)’을 통해 동기부여를 해주며, 구직 목표가 비교적 분명한 대학 4학년이나 졸업생은 ‘성취 프로그램’을 통해 12~15명의 소그룹으로 5일 동안 집중 취업교육을 받을 수 있다.
올 초부터 10월 말까지 전국에서 성취 프로그램을 수료한 사람은 5천73명으로 그중 35.7퍼센트가 취업에 성공했다. 서울종합고용지원센터 직업진로지도팀 우정옥(36) 상담사는 “성취 프로그램 참가자의 80퍼센트가 20대이며, 구직자들이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실전 기술을 익히는 좋은 기회”라며 “구직 열망이 높은 만큼 수업 분위기가 진지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구직자 대상 취업 캠프(1박2일~2박3일), 단기 취업 특강, 직업심리검사 등도 취업 실전 준비를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덕성여대 3학년 윤지은(22) 씨는 지난 여름 한 달 동안 서울 용산구의 한 유통업체에서 일했다. 노동부와 대학이 연계된 직장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으로, 15~29세의 미취업 청년(대학 졸업자 제외)에게 주어진 기회다.
“저학년 때부터 취업을 준비했는데, 직장체험을 통해 기업의 운영구조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고객 응대, 비즈니스 교육, 영업, 판촉까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귀한 경험이었어요.”
윤 씨는 직장체험 프로그램 덕분에 졸업 후 마케팅과 관련된 진로를 정하는 데 더 큰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10월 말까지 2만2천3백33명이 참여해 수료했다.
민간에서도 금융권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일자리 나누기 프로젝트가 시행되고 있다. 올 초부터 9월까지 우리금융그룹 등 금융권에서 6천여 명, KT그룹 등 비금융권에서 4천여 명을 인턴으로 채용했다.
신한은행과 중소기업중앙회가 협력해 정규직 1인당 월 1백만원씩 연간 1천2백만원을 지원하는 ‘job-S.O.S 4U 프로젝트’의 성과도 높다. 총 3백50억원이 투자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7월부터 10월 말까지 1천1백78개 중소기업에서 2천9백80명의 정규직 일자리가 생겼다. 또 기업은행은 조선일보와 공동으로 2월부터 ‘청년취업 1만명 프로젝트’를 시작해 10월 말에 1만명 취업자 목표를 앞당겨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