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나라를 망친다 김병연(金棅淵)
시인·수필가
1941년까지만 해도 아르헨티나는 세계 5대 경제 강국이었다.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던 때였다. 그런데 페론이라는 자가 대통령이 되면서 빈국의 나락으로 추락했다.
페론은 육군 대령으로 군사 쿠데타에 가담하여 노동부 장관을 하면서 노동조합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고 급기야 노동조합을 자신의 지지기반으로 만드는데 성공하여 대통령이 됐다.
페론이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노동자에게 더 많은 임금과 더 많은 휴식과 사회보장제도를 제공하는 정책을 내걸었다. 이런 공약에 열광한 노동자들이 대거 페론을 지지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런 페론의 노동자 우대 정책이 경제 대국 아르헨티나를 삽시간에 최빈국으로 추락시킨 것이다.
국가정책은 전문가들이 만들어야 되고 그런 정책과 시스템으로 국가가 경영돼야 선진국을 향해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포퓰리즘은 전문가의 정책 참여와 경영 분석을 거부한다. 이것을 모르는 국민은 결국 포퓰리즘의 달콤한 맛에 이끌려 나라를 망치게 한다.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듭시다, 재벌기업을 해체하여 골고루 분배를 합시다 등은 포퓰리즘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문제는 이런 포퓰리즘이 지금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해마다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공공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이 부채를 갚을 수 있는 성장 동력을 개발해야 한다거나 정부나 자치단체의 씀씀이를 절약해야 한다는 이른바 국가 장래를 걱정하는 거시적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는 작은 정부가 아니라 오히려 큰 정부를 만들고 자치단체는 자립도가 빈약한 데도 불구하고 호화 청사 짓기와 호화 승용차 구입 등에 몰입하고 있다. 여기에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표가 많이 나올 서민층의 마음을 잡기 위해 아부하기에 급급하다.
국가의 장래는 없고 눈앞에 표만 있는 것이다. 이런 나라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심히 의문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다. 하지만 포퓰리즘은 세계 5위의 경제 대국 아르헨티나를 삽시간에 빈국으로 추락시켰다. 이처럼 포퓰리즘은 국가를 망치는 암적 존재이다. 그런 포퓰리즘이 한국이라고 그냥 둘 리가 없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말이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경제연구원이 계산한 국제 비교를 위한 국가채무(공기업 포함)는 1717조6000억원으로 GNP의 130%라고 한다. 영국은 71.3%인데도 재정위기를 선포하고 대대적인 긴축 살림을 하고 있다고 한다.
국가채무가 위험 수위를 넘어선지 오래된 것이다. 작년 정부의 재정 적자는 무려 43조2000억원이다.
작년 국가부채는 359조6000억원으로 10년 전에 비해 4배 가까이 증가했다.
300여개 공기업의 부채가 해마다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공기업의 간부들과 근로자들은 네 돈이냐 내 돈이냐는 식으로 연봉과 수당에다 두둑한 성과급까지 퍼가고 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정치권에서는 누구하나 걱정하는 사람은 없고 여야가 포퓰리즘 경쟁이다. 나라의 장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라는 장미꽃만 바라보다가는 아르헨티나처럼 최빈국이 된다면, 그땐 북한이 대한민국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북한은 대한민국이 포퓰리즘으로 인한 최빈국으로 전락하기만 학수고대하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생각이 필자만의 기우(杞憂)이기를 바라고 또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