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김병연(金棅淵)
시인·수필가
날씨가 꽤 차다. 겨울은 추워야 겨울답고 풍년을 기약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는 고통스럽기 만하다.
난방비 걱정 없이 온종일 보일러를 고온으로 틀어 놓고 훈훈하게 살 수만 있다면야 겨울의 추위는 냉면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계절의 정취로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겨울의 추위를 즐길 만큼 여유가 없다. 다들 빠듯한 형편에 웬만한 추위 정도는 인내하며 살아야 된다. 그러니 서민들은 추울수록 시름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겨울을 나기 위해 동물과 식물은 탈바꿈을 한다. 나무는 나목이 되어 가벼운 몸으로 겨울을 맞고, 동물은 따뜻한 털로 털갈이를 마친 후 겨울을 맞는다. 또 어떤 동물들은 기나긴 겨울잠을 잔다. 겨울은 살아 있는 동․식물에게는 혹독한 계절이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내 안의 추위를 들여다보니 정작 날씨가 주는 한기보다 마음이 주는 한기가 더욱 크다. 마음이 추우면 몸이 더 추운 법이다. 내 추위의 정체는 심리적 한기인 것이다. 하기야 이것이 어디 나만의 일일까. 모르긴 몰라도 많은 서민들이 그리 느낄 것이다.
올해의 세밑 풍경은 여느 해와는 많이 다르다. 해마다 이맘때면 가슴 따듯하게 들려오던 소식들이 올해는 별로 없다. 가난한 주머니를 털어 불우한 이웃을 돕던 갸륵한 온정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비리가 알려지면서 싸늘하게 식었다.
게다가 매일 들려오는 불안한 연평도 뉴스는 올 겨울을 더욱 춥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