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특성화 하자
김병연
시인·수필가
대학경쟁력은 국가경쟁력이고 대학은 연구개발의 산실이며 인적자원 개발의 산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대학은 몇몇 대학을 빼곤 국력에 걸맞은 국제경쟁력이 없다. 대부분의 대학이 없는 학과가 없을 정도니 백화점식 대학이다.
선진국의 대학을 보면, 우리는 대부분 미국 최고의 대학을 하버드대라고 알고 있다. 하버드대는 의학과 인문사회학의 많은 분야에서 최고를 달리고 있지만 이공계는 MIT, 버클리대, 미시간대, 칼텍, 스탠포드대가 미국의 5대 명문대학이다. 경영학은 스탠포드대가 최고이고 법학은 예일대가 최고이다.
명문대학들은 선택과 집중으로 특성화돼 있어 최고의 분야가 있다. 오늘날 미국의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힘이 대학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도 인문사회학은 도쿄대(東京大)가 최고이고 이공계는 교토대(京都大)가 최고이다. 프랑스의 에꼴 폴리테크닉과 독일의 뮌헨공대도 특성화된 세계적 공과대학이다.
우리의 대학을 보면 인문사회학은 대부분 서울대가 최고이다. 하지만 이공계는 카이스트가 부동의 1위, 포항공대 2위, 서울대 3위이다.
의학은 지난 1월 발표된 제75회 의사고시 학교별 합격률을 보면 서울대 84.4%, 고려대 92.6%, 연세대 88.8%, CHA의과학대 100%이다.
법학은 고려대가 서울대의 턱밑까지 추격했고, 사범대는 교원임용고사합격률이 한국교원대가 서울대를 앞지른 지 오래다.
여러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입증됐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일수록 선택과 집중이 어렵지만, 자원빈국인 우리는 세계 최고의 인재양성을 위한 선택과 집중으로 대학을 특성화해야 한다. 이는 나라가 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