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전체가 공정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김병연
시인·수필가
부산저축은행 특혜인출사태는 공정사회의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이다. 대통령은 공정사회를 부르짖고 있지만, 공정사회의 총체적 부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부산저축은행의 영업정지 감독을 위해 영업정지 하루 전인 지난 2월 16일 부산저축은행 본점에 직원 3명을 파견했다. 그런데 파견된 금융감독원 직원들은 은행 임·직원들의 예금부당인출사태를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수수방관했다.
가제는 게 편이라고 금융감독원 직원들은 피감독기관을 퇴직 후 낙하산으로 내려앉혀야 할 자신들의 노후자리 쯤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의례껏 있어 왔던 일로 치부하여 이런 정도에는 무감각할 정도로 도덕불감증이 극에 달한 것이다. 이는 관행화되다시피 한 금융감독원과 금융기관 간의 유착관계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달했는지를 웅변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계열 감사 세 사람이 금융감독원 출신이다. 감사 자리가 금융감독원 퇴직자들의 전유물처럼 낙하산 보직으로 전락하여 금융감독원과 은행이 한통속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이는 부산저축은행만의 현상이 아니다. 금융기관 곳곳이 안고 있는 문제이다.
금융감독원 직원들의 퇴직 후 예하 금융기관의 낙하산 보직을 막이야 한다. 일정기간 변호사들의 전관예우를 금지한 사법개혁법안과 같이 금융개혁법안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번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나라 전체가 공정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