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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ㆍ투고

[기고] 경조사 문화 개선하자

                                   경조사 문화 개선하자


                                     

                                                                              김병연
                                                                              시인·수필가 





광복 이전까지는 경조사 때 이웃과 친지 등이 한 자리에 모여 슬픔과 기쁨을 함께하고 부조는 받지 않았으며 노동력의 품앗이와 상조회를 통한 경제적 지원이 보편적이었지만 광복 후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편의주의와 배금주의가 만연하고 유난히 과시욕이 강한 국민성 때문에 경조사 때 조․하객의 수나 축․부의금의 액수가 자기과시의 한 방법이 됐다.


그러다 보니 방계혈족의 경조사를 알리고 이해관계가 있는 거래처에까지 알리는 등 경조사문화는 돈봉투 문화로 전락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돈봉투 문화가 된 우리의 경조사 문화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문명국에서는 상가의 부조금은 빈민구호금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상가에 돈봉투를 내는 것은 일종의 모욕이다. 결혼식도 가까운 친․인척과 친한 친지․친구 등 예식에 참석해 축하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인원만 초대하고 축의금은 받지 않는다.


주는 것은 부자정신이고 받는 것은 거지정신이다. 거지정신으로 잘살 수는 없지 않을까.


돈봉투 문화가 된 경조사 문화의 개선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친·인척과 친구와 가까운 지인 등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사람으로 알리는 범위를 최소화하자.


둘째, 청첩장에 계좌번호(은행명 및 예금주 포함)를 적어주자.


예식장도 없고 식당도 없었던 시절 결혼식은 마을의 잔치와도 같아서 어느 집에 혼사가 있을 때는 이웃과 친지들이 형편대로 쌀이나 술 등의 물건을 가져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혼사를 치르는 데 필요한 물건을 이웃들이 준비해서 혼주를 돕는 따뜻한 품앗이 전통이 내려왔다. 그런 전통이 언제부턴가 축의금으로 편리하게 바뀌었지만, 때로는 그 의미가 변질돼 공연한 부담을 주기도 하고 낭비가 되기도 한다. 청첩장에 계좌번호를 적는 것은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을 살리면서 혼주와 하객에게 모두 도움이 된다.


친척이나 친지 등 예식장으로 들어가 축하해 줄 사람이라면 마땅히 참석해야 한다. 그러나 축의금봉투만 내고 식당으로 직행할 사람이라면 참석하지 않고 계좌로 부조만 보내는 것이 부조(돕는다는 뜻)의 취지도 살리고 하객도 편리하다.


보통은 참석하는 것이 예의라고 여기며 바쁜 일정 중에도 참석하여 축의금봉투만 내고 식당으로 직행한다.


서민들은 대부분 혼자 결혼식에 참석할 경우 3만 원을 축의금으로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예식장 식대가 보통 1인당 3만 원 정도이니 하객은 시간 내서 참석하고 축의금까지 냈지만, 혼주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청첩장에 적혀 있는 계좌번호를 보고 2만 원만 계좌로 송금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또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할 경우 축의금을 남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하는데 청첩장에 계좌번호가 적혀 있으면 제대로 전달됐는지 의구심도 없어질 것이고, 꼭 참석할 하객만 참석하니 혼주는 식당 사용에 드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지만 결혼식이 많은 계절이기도 하다. 한 달에 서너 건의 청첩장을 받아들고 축하의 마음은 잠시뿐이고 3만 원 해야 하는 집인데, 5만 원 해야 하는 집인데 하며 고민하고 있다. 이럴 때 청첩장에 계좌번호를 적으면 3만 원 보낼 집은 2만 원을, 5만 원 보낼 집은 3만 원을 계좌입금하면 하객은 경제·시간적 부담이 줄고 혼주는 혼사를 치르는데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


우리 정서상 선뜻 청첩장에 계좌번호를 적기가 어렵다. 하지만 신문과 방송 등 언론이 앞장서 경조사 문화 개선 운동을 시작하면 빠르게 정착될 것이다.




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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