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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ㆍ투고

[칼럼] 여행(旅行) / 김병연


바야흐로 여행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다. 우리는 여행이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설렌다. 왜 그럴까. 여행을 찌든 일상에서의 탈출, 스트레스의 해소, 재충전의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여행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한데 조금만 더 욕심을 부려 생각하면 여행이 우리에게 얼마나 유익한 깨달음을 주는지를 깨닫게 된다.


우리는 일상을 살면서 거의 비슷한 일을 반복적으로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생각이 고정된 틀 안에 갇혀 새장 속의 새의 신세로 전락한다. 오랫동안 새장 속에 갇힌 새는 자신이 과거 창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녔던 기억을 잊는다. 새장 속에 갇힌 새를 갑자기 풀어 놓은들 이미 나는 법을 잊어버린 새에게 창공은 의미가 없다.


여행은 우리에게 날갯짓을 잊지 않도록 하는 필수 교육과정이다. 우리에게 여행이 없으면 아주 답답하고 고리타분한 사람이 되어 세상 그 누구도 가까이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평가하고 도무지 세상과 타협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는 것은 일상을 살면서 비슷한 일만을 반복적으로 하여 생각이 고정된 틀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여행은 우리에게 생각의 자유를 허락함으로 답답하고 고리타분한 사람이 되지 않게 만든다.


그러나 무조건 일상에서 탈출하는 여행만으로는 안 된다. 여행이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그저 스트레스나 풀고 돌아오는 정도로 그친다면 특별히 나아질 것도 없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똑같은 생각을 하며 살기 때문에 결국은 세월과 함께 답답하고 고리타분한 사람이 되고 만다. 그런 여행이라면 친구들과 주변에서 재미있는 거리를 찾아 실컷 노는 것으로도 대처할 수 있다.


유익한 깨달음을 얻어 거듭난 인생을 살 수 있는 여행은 어떤 여행인가. 깊은 관심과 관찰을 동반한 여행이다. 여행을 하며 접하는 새로운 환경을 눈으로만 보며 그저 스쳐 지나가지 말고 생각을 모아 관찰을 해야 기억의 저장고에 쌓인다. 여행을 하며 접하는 사물을 마음을 열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두가 배울 것투성이다. 그렇게 배움을 얻으면 그것이 곧 깨달음이 된다. 여행을 통해 배우고 깨달을 것이 어디 자연뿐이랴. 새로운 곳에서 나와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그들의 문화를 배우게 되면 그것이 자연과 여러 환경에서 배우는 것보다 더 큰 깨달음을 줄 수도 있다.


우리는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하며 그곳의 인문과 지리를 접한다. 주지하다시피 인문은 사람들의 정서와 생각, 행태, 인심, 예술혼 등 인간이 일구어놓은 다양한 흔적, 즉 문화이며, 지리는 천혜의 자연 등 사람의 문화 이외의 모든 것이다.


그런데 인문과 지리 모두가 골고루 발달된 곳은 드물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인문이 발달되어 있다 싶으면 지리가 좋지 않고, 지리가 발달됐다 싶으면 인문, 다시 말해 사람들의 인심이 좋지 않은 경우를 종종 발견한다. 각박한 세상이 각박한 인심을 만들고, 각박한 인심이 욕심을 채우려 아름다운 자연을 마구 훼손한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목도하는 중에도 깨달음이 있다. 그러나 유희에만 빠져 깊은 관심과 관찰을 하지 않으면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특별한 기억과 깨달음이 없이 일상으로 돌아올 뿐이다.


여행을 통해 생각의 범위를 확장하고 싶으면 가능한 혼자나 둘이 떠나는 여행이 좋다. 여럿이 함께 떠나는 여행은 그저 놀다 오는 정도이지 유익한 깨달음을 주는 여행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찌든 일상에서 벗어나 유쾌하게 놀다오는 여행도 나름의 가치가 있지만 여행이 주는 교훈을 생각한다면 여행에 좀 더 깊이 있는 의미를 담아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김병연 / 시인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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