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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베 유산이 회담 살려"…'아베 벤치마킹' 이시바, 트럼프 환심(종합)

'대등한 미일관계' 지론 버리고 찬사로 비위 맞춰…"트럼프, 神의 선택받아"
아베처럼 日환대 '오모테나시' 마음으로 접근…취향 고려 '금빛 투구' 선물도
트럼프, 회견서 '아베' 5번 언급…"트럼프·아베 관계가 원만한 회담 연출" 평가도


(도쿄=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에서 '정적'이었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전략을 구사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얻었다는 일본 언론 분석이 나왔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시바 총리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자신의 평소 지론을 주장하는 대신 아베 전 총리처럼 트럼프 대통령을 추어올리며 거리감을 좁히려 했고, 이러한 판단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9일 보도했다.


◇ 이시바, 아베 방식으로 대비…회담서 아베 언급하고 아베 통역 동원

이시바 총리는 2012년과 2018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전 총리와 경쟁했고, 이후에도 비주류로 활동하며 아베 전 총리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시바 총리는 취임 이전만 하더라도 미일 지위협정 개정 등을 언급하며 비대칭적 미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지난해 12월 요미우리와 인터뷰에서도 "아베 전 총리에게는 아베 전 총리의 방식이 있고 저는 저 나름대로 해 나가겠다"며 독자 방식으로 미일 정상회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시바 총리는 이번 회담에 앞서 아베 전 총리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과 행동 원리를 분석하고, 도표 등을 활용해 알기 쉽게 일본의 대미 투자를 설명한다는 대책을 수립했다.

아베 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때 통역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작은 총리'라고 불렸던 외무성 간부에게 다시 통역을 맡기기도 했다.

이시바 총리는 실제 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기분을 맞추고 그를 칭찬했던 아베 전 총리의 기존 방식을 답습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와 관련해 아베 전 총리는 회고록에서 "아부만 해서 한심하다고 많이 비판받았지만, 칭찬해서 (양국 관계가) 잘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시바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유세 도중 총격으로 귀를 다쳤을 때 찍힌 사진을 언급하면서 "역사에 남을 한 장. (도널드) 대통령은 그때 '내가 신으로부터 선택받았다'고 확신했던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개신교 신자인 이시바 총리가 했던 최대급 립서비스"라고 평가했다.

개신교 신자가 공식 석상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신의 선택'을 연관 지어 언급했다는 점 자체가 주목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 온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칭찬했고, 회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인상에 대해 "성실하고 강한 사명감을 가진 분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전 총리가 개인적 친분을 바탕으로 밀월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을 고려해 "일본과 미국은 지금 매우 긴밀한 관계에 있다"며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지금은 돌아가신 아베 전 총리에 의해 그 기초가 구축됐다"고 강조했다.


◇ 日, 트럼프 손자까지 생각해 선물 선택…이시바 "나답지 않아도 할 수밖에"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의 지역구인 돗토리현 업체가 제작한 '금빛 사무라이 투구'를 선물했다. 이 투구는 가격이 16만8천엔(약 162만원)이며, '영원히 빛을 발한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한다.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금색을 좋아한다는 취향을 감안해 금색 골프채를 증정한 적이 있는데, 이시바 총리도 이러한 전례에 비춰 선물을 골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받은 일본 배경 미국 드라마 '쇼군'과 홈런을 친 뒤 투구를 쓰고 세리머니하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선수 오타니 쇼헤이가 일본 정부의 선물 선택 배경이 됐다고 니혼테레비(닛테레)는 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금빛 투구 제작을 의뢰하면서 업체에 금색을 최대한 사용하고 실제로 착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총리 관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손자들도 기뻐하는 선물일 것"이라고 닛테레에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처럼 아베 전 총리를 따라 '오모테나시'(마음을 다한 환대)의 마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접근했고, 이를 통해 회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무모한 요구를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는 이시바 총리가 올해 초 미일 정상회담에 대비한 모임에서 정치가, 관료, 기업인 등으로부터 이구동성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페이스에 맞춰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시바 총리가 "추어올리고 추어올려서 (트럼프 대통령) 기분을 좋게 한다. 나답지 않을지 모르지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위에 말했다고 소개했다.

미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 정부 내에서는 "아베 전 총리의 '유산'이 회담을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견해도 나온다고 요미우리가 전했다.

산케이신문도 "아베 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구축한 관계가 원만한 회담을 연출했다"고 짚었다.

◇ 트럼프 "이시바 잘생겼다"…日언론 "일본은 안도하고 미국은 실리 챙겨"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이시바 총리에 대해 "내가 그처럼 잘생겼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며 외모를 칭찬하고 "훌륭한 총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약간 약한 사람인 편이 좋지만, 언제나 일본 총리는 강하다"며 이시바 총리를 '강한 사람'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아베 전 총리를 '신조'라고 부르며 애도의 뜻을 표한 데 이어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40분 동안 아베 전 총리를 5번이나 언급했다고 요미우리가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추진과 관련해 일본제철이 US스틸에 '투자'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면서 일본제철을 일본 자동차 기업 '닛산'으로 잘못 말하기도 했다.

한편, 아사히는 이시바 총리가 일본의 대미 공헌을 적극적으로 부각해 관세 부과와 방위비 증액 압박을 피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를 하는 상대 중에 일본의 우선순위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대일 무역적자를 문제시한다는 점에서 향후 관세 인상 등을 무기로 거래를 압박해 올 수 있다고 짚었다.

요미우리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항한다는 차원에서 동맹국인 일본에 안보 분야 부담을 늘리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을 넘어선 요구를 하지 않아 안도하고 있고, 미국은 거래하지 않고도 일본의 방위력 강화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확대 등 '실리'를 챙겼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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