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의 신속한 집행이 필요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2차 추경까지 집행하더라도 올해 물가상승률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곁들였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2차 추경안 심의·의결을 서두르는 범여권 움직임에 호응하는 뉘앙스가 읽힌다.
한은은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내수 진작을 위해 최소 20조원 이상의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한 입장'을 서면 질의하자 이 같은 취지로 답변했다.
한은은 "내수 침체에 대응해 추경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실 집행률을 높이는 것이 긴요(꼭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1·2차 추경의 인플레이션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한은은 "최근 성장세가 크게 약화해 있는 데다가 정부 지출은 물가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13조8천억원 규모의 1차 추경이 올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2차 추경도 "올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다만, 1·2차 추경 효과를 함께 고려할 경우 내년 물가상승률에 소폭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2차 추경 규모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한은은 "추경 규모는 경제 상황이나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국회와 정부가 협의해 결정할 사항"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어 "구체적인 규모를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1차 추경 편성 전인 지난 2월 18일 국회에서 "추경을 15조~20조원 규모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1차 추경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후로는 대규모 추경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 총재는 지난 4월 30일 국회에서 "성장률이 낮으니까 무조건 추경이 많아야 한다는 논리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6일 기자간담회에선 같은 맥락으로 "환자가 힘들어한다고 내일, 모레 생각하지 않고 스테로이드를 부어서는 안 된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현재 정치권은 최소 20조원 이상의 추경 편성을 논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지난 10일 국회 회의에서 "적어도 21조원 이상의 추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혁신당 정책위의장인 차규근 의원도 같은 날 회의에서 20조원 이상의 추경과 함께 기획재정부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의원은 "20조원 이상의 적극적인 추경 편성을 신속하게 추진해 경제와 민생을 살려야 한다"며 "세입 경정과 더불어 적극적인 채무조정 방안까지 담아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추경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