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우)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 연합뉴스](http://www.kookjeilbo.com/data/photos/20250626/art_17506429939408_978d35.jpg)
(워싱턴=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단 하에 이뤄진 미군의 지난 21일(현지시간) 이란 핵시설 공격이 미중관계에도 악재가 될지 주목된다.
이란과 경제 및 안보에서 긴밀히 연결돼있는 중국이 미국의 대이란 공격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홈페이지 입장문을 통해 "중국은 미국이 이란을 공습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독·관리 아래 있는 핵 시설을 공격한 것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미국의 이 행동은 유엔 헌장의 취지·원칙 및 국제법을 엄중히 위반한 것이고, 중동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이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격 자체보다 이란과 중동 상황이 격랑에 휘말림으로써 중국의 경제·안보 관련 이익이 침해당할 가능성을 더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란 국가 경제의 최대 동력인 석유 수출에서 중국은 '절대적인 고객'이다.
미국 주도로 서방 진영이 이란산 석유 거래를 제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이란의 석유 수출 물량의 약 90%를 소화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중국이 해상을 통해 추진한 원유 수입량의 16%가 이란산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서방이 이란산 석유를 보이콧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싼 가격에 이란산 석유를 도입해온 것이다. 그것도 대부분 중국 위안화로 거래되기 때문에 이란으로서는 대중국 석유 판매 대금을 중국산 제품 수입에 쓰는 것 말고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중국은 대이란 거래에서 이중의 이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 상황이 악화해 이란의 원유 생산 인프라가 공격당하거나 이란이 전 세계 석유 수송의 길목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는 '극단 조치'를 취할 경우 중국의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게 되는 구도다.
중국으로서는 중동 확전에 따른 이란의 내부 혼란 또는 정권 붕괴를 좌시할 수 없는 이유다.
또 안보 면에서도 중국은 미국과 각을 세운다는 점에서 공통 분모가 있는 이란과의 협력을 중시해왔다.
우선 이란은 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이다.
아울러 중국은 이란, 러시아와 함께 2019, 2022, 2023, 2024년 아라비아해 오만만 등에서 '해상안보벨트' 훈련을 하는 등 이란과의 안보 협력도 다자 틀을 빌려 꾸준히 강화해왔다.
아울러 중국은 2023년 3월, 각각 시아파 무슬림과 수니파 무슬림의 맹주로서 알력이 심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를 중재하는 등 외교적으로도 이란을 지원했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했다고 해서 중국이 군사적으로 이란을 지원하는 등 방식으로 중동 상황에 깊이 개입할 가능성은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하 중국의 대외전략 기조에 비춰 크지 않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만 상황이 악화하면서 이란이 더욱 더 수세에 몰릴 경우 이란을 돕기 위해 드론과 같은 이중용도 품목의 대이란 수출을 늘릴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이 러시아에 대해 무기를 직접 지원하지는 않으면서 이중용도 품목 수출 확대를 통해 실질적으로 러시아를 지원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 '관세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대이란 공격을 이유로 미국과 한층 더 각을 세우는 길을 택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미중관계의 파국은 중국의 경제 재건에도 악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은 유엔 등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규합하며 다자 틀에서 미국을 압박하는 한편, 자신들의 국제적 목소리와 지도적 입지를 강화하려 할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또 중국은 유엔 등 국제 무대에서 이란의 '민수용 원자력 활용' 권리를 옹호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탈퇴한 이란 핵합의(JCPOA)의 복원을 촉구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미국과, 지원하려는 중국 사이의 물밑 '외교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해 미국이 중국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사안에서 중국이 협력을 거부하는 등의 '몽니'를 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