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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단편소설

형언 할 수 없는(Indescribable)_제9화 / 김별

Indescribable


다음날, 여느 때처럼 이른 아침에 눈이 떠졌다.


방 안 한기가 코끝까지 전해졌다. 방이 원래 이렇게 추웠었나.


몸을 간신히 일으키고 장롱을 열어 겨울 가운을 꺼내 입었다.


뜨거운 차가 생각났다. 전기 포트에 생수를 붓고 전기 코드를 콘센트에 꽂았다.


물이 끓는 동안 창 밖을 보았다. 언제나 똑같은 풍경, 하얀 들판, 하얀 소나무들,


하얀 벤치, 하얀 사슴들, 하얀 나비.


물이 끓는 소리가 났다. 전기 포트 뚜껑을 열고 찻잔에 붓는다.


보이차 티백을 넣고 우러나오길 기다린다.


저번에 읽다가 덮어두었던 진이의 일기장이 생각났다.


서랍에서 진이의 일기장을 꺼내 다시 읽기 시작했다.

 

2004년 아빠가 위암 수술을 하셨다.


다행히 초기였지만 위를 다 절제하셨다.


그 여파로 몸무게가 15키로나 빠지셨다.


아픈 몸인데도 불구하고 아빠곁을 지키고 있는 엄마.


내 생애의 처음 겪는 또 다른 고통이었다.

 

201410년 동안 암 정기 검진 소견에서 완치되었다는 판정을 받으셨다.


가족 모두가 기뻐했다.


 2018년 아빠의 상태가 이상하다.


누구보다도 정확하고 깔끔한 사람이 택시에 난생 처음 코트와 지갑을 두고 내렸다.


며칠 후, 또 다른 택시 기사가 아빠 전화기로 내게 전화했다.


집주소를 모르신다고 했다고.


일반쓰레기를 재활용에 통째로 버리신 날, 경비원에게 노망난 할아버지라고 핀잔을 들으셨다.

 

가슴 속 깊이 분노가 치밀었다.


휴대폰이 사라졌다면서 리모콘을 들고 전화하려고 한 날,


뜨거운 커피에 약을 드시려고 한 날,


윗도리를 다리부터 입으시려고 한 날, 넥타이를 허리띠로 매신 날.

 

2019년 엄마가 내게 통곡하며 우시던 날.


네 아빠가 내가 교회에서 노래하는 걸 보고 내게 고백했어.


나이도 나보다 두 살이나 어린 걸 숨기고,


나와 결혼해서 독일로 유학 가자고 하셨지.


네 아빠는 의학 공부를 나는 성악 공부를 하기 위해.


결국, 너가 허니문 베이비가 되어 우리는 유학을 포기했지.


그리고 시댁에 들어가 살았어.


힘든 시절이였다고 말씀하셨지만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였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들을 낳고 기르고 집도 사고 병원도 개원하고.


그때 내게 해주셨던 말,


진아, 그때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시절이였어.


김별  |  글 쓰는 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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