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이재명 정부의 긴장 완화 조치에 일절 응하지 않고 연일 강경한 발언으로 찬물을 끼얹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례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습이 시작된 18일 평안남도 남포조선소를 방문해 5천t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를 시찰하며 '맞불'을 놨다.
그는 한미연합훈련이 "가장 적대적이며 대결적"이라고 규정한 뒤 이런 "군사력 시위 행위들은 가장 명백한 전쟁 도발 의지의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언제나 그렇듯 이를 핵무력 강화의 명분으로 삼았다. 김 위원장은 "조성된 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현존 군사 리론과 실천에서의 획기적이고도 급속한 변화와 핵무장화의 급진적인 확대를 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김 위원장의 발언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 15일 광복절 기념사에 대한 대답의 성격도 있어 보인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과 북은 원수가 아니다"라며 북한의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손을 내밀었는데, 김 위원장은 이에 호응하기는커녕 '핵무력 강화'를 강조하며 화해의 손을 뿌리친 것이다.
물론 이 대통령이 두 차례나 '인내'를 강조하며 북한의 호응을 기다리겠다고 한 데서 보듯 북한이 쉽게 손을 맞잡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철벽'을 친 것이어서 '적대적 두 국가관계'라는 북한의 대남 기조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한미연합훈련을 비판한 점도 주목된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북침 연습'이라며 반발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주로 군부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입을 통해서였다.
김 위원장이 직접 연합연습 비판에 나선 것은 이를 국방력 강화의 명분으로 삼는 것과 더불어 연합연습 중단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내포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UFS 시작날에 딱 맞춰 최현호를 시찰한 것은 '한미연합연습 중지'가 모든 한반도 정책 변화의 분수령이자 대화 재개에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정부는 18일 시작된 UFS 연습기간 계획됐던 야외기동훈련의 절반을 다음달로 연기하는 '성의'를 보였지만, 그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기 집권 시에도 비용적 측면에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적이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사실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돈만 많이 들고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며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이야기를 싱가포르, 그리고 판문점에서 두 번 한 일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핵무력 강화를 강조하면서 특히 "해군은 가까운 앞날에 국가 핵무력 구성과 핵사용 령역에서 일익을 굳건히 담당하는 믿음직한 력량으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완성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핵·미사일 능력을 기반으로 해상에서 핵 공격이 가능한 플랫폼을 갖추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최현호를 비롯해 5천급t 구축함을 건조하고 3천t급 잠수함에 이어 5천t급 이상으로 평가되는 핵잠수함 건조를 추진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북한의 구축함과 잠수함에선 발사할 수 있는 핵 미사일로는 화살 순항미사일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등이 꼽힌다. 해상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은 지대지 미사일에 비해 요격이 어렵고, 특히 잠수함에선 기습 발사가 가능하다.
김 위원장이 함정이나 잠수함 건조 현장을 자주 찾는 것도 해상 기반 핵 공격을 갖추는데 속도를 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김 위원장이 군함 건조 현장을 방문한 적이 10번도 넘는다"며 "해군 조선소를 이렇게 많이 방문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이번에 최현호를 방문한 것은 함대지 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구축함의 실전배치가 임박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군사전문기자 출신인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최현함의 위상배열 레이다 덮개가 없어진 모습과 전투지휘실, 레이다, 무장 등을 볼 때 전투체계를 통합하는 과정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화된 승조원 내부시설과 함교 내부 운항 시스템까지 보여준 것은 함정 실전배치 과정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