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연합뉴스](http://www.kookjeilbo.com/data/photos/20251041/art_17600621895041_2ae01e.jpg)
(도쿄=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0일 개인 명의로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전후 80년 메시지'에서 역사 인식, 일본의 전쟁 책임과 관련된 언급은 피할 것이라고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역대 일본 총리는 199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간격으로 각의(국무회의)를 거쳐 낸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 등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언급했는데, 이시바 총리 메시지에는 이러한 내용이 담기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케이는 이시바 총리가 이번 메시지에서 '왜 전쟁을 막지 못했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전쟁 이전에 정치가 군부를 통제하는 체계를 확립하지 못했던 이유를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이 1940년 젊은 관료를 모아 설립한 총력전연구소는 이듬해인 1941년 8월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국과 전쟁을 벌일 경우 '일본 필패'라는 예측 결과를 도출했지만, 정부와 정치인들은 태평양전쟁 개전을 막지 못했다.
이시바 총리는 나아가 현행 헌법과 정치의 관계도 다룰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군인이 아닌 정치 지도자가 군대를 통제하는 '문민통제'를 확실히 하기 위해 자위대 최고 지휘관인 총리를 비롯한 정치가의 역할을 강조할 방침이다.
또 1937년 중일전쟁 발발 이후 군부, 미디어 등이 선동한 주전론을 문제시해 다른 의견에 관용을 보이지 않았던 당시 사회 정세도 조명할 예정이다.
이시바 총리는 1940년 의회에서 사이토 다카오 의원이 중일전쟁을 비판했던 '반군(反軍) 연설'도 언급할 계획이다.
이시바 총리는 이번 메시지를 통해 '편협한 내셔널리즘'과 '무책임한 포퓰리즘'에 경종을 울릴 방침이라고 산케이는 전했다.
그는 지난달 유엔 총회 연설에서도 편협한 내셔널리즘과 무책임한 포퓰리즘을 비판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건전한 언론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달 퇴임을 앞둔 그는 지난 8월 15일 패전일 추도사에서 일본 총리로는 13년 만에 '반성'을 언급하는 등 비교적 온건한 역사 인식을 드러내 왔다.
자민당 보수파 반발 등에 밀려 전후 80년 담화를 내지 못한 이시바 총리는 이날 개인 메시지를 통해 그간의 전쟁 관련 발언을 집대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내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전후 80년 메시지를 내는 데 대한 강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나카소네 히로후미 자민당 외교조사회장은 이시바 총리가 사전에 당과 내용을 협의하지 않고 메시지를 발표하는 데 대해 반대한다는 뜻을 정부에 전달했다.
자민당은 지난 4일 강경 보수 성향인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을 신임 총재로 선출했다. 차기 총리가 될 것으로 보이는 그는 새로운 전후 메시지는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자민당 보수파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5년 발표한 '아베 담화'로 역사 문제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판단해 추가 담화 등은 필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당시 "우리나라는 지난 대전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해 왔다"며 '과거형'으로 사죄하고 후대 아이들에게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